람정제주개발,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 시설비·임대료 파격
제주관광공사, 특허 등 이전 계획…“규모 키우면 될까” 우려도

제주 신화역사공원 사업을 추진중인 람정제주개발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제주관광공사의 시내면세점(외국인면세점)을 100억원이 훨씬 웃도는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사업지구내로 끌어들이려는 진짜 속내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람정제주개발측 입장에서 보면 신화역사공원에 전체적인 종합쇼핑몰 등 구색을 갖추려는 의도로 보일 수도 있지만 람정측이 부담하는 비용이 엄청난 액수이기 때문이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해 창립이래 29억원이라는 적자를 내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시내면세점 운영 장소를 옮겨 경영위기를 타개할 대상으로 ‘람정’을 선택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중문관광단지 롯데호텔 내에서 운영중인 시내면세점을 안덕면 소재 신화역사공원내 사업지구로 이전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20일 공식 밝혔다.

관광공사는 이번 면세점 이전은 람정제주개발 측이 먼저 요청해 왔고, 현재 관광공사와 람정 제주개발측은 세부사항을 협상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제주관광공사는 아직 관세청에 이전 신청을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람정 제주개발측은 제주관광공사가 중문 롯데호텔내에 투자한 시내면세점 시설비 110억원까지 떠안는 것은 물론 신화역사공원 면세점 시설비 또한 일정금액까지 부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면세점 임대료도 고정요금이 아닌 매출 기준 정율제로 협의되고 있다.

현재 제주관광공사는 중문에 위치한 롯데호텔 제주에 매년 17억500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파격적인 것으로, ‘땅짚고 헤엄치기’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면세점을 신화역사공원으로 옮기면 면적도 기존 시내면세점 보다 2.5배 넓어진다.

관광공사 측은 면세점 특허 이전 신청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재홍 제주관광공사 사장 직무대행(본부장)은 “면세점 이전은 중요한 프로젝트인 만큼 종합적 검토와 미래지향적 비전을 바탕으로 고민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내면세점이 이전을 통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협상 및 특허이전 신청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람정제주개발 관계자는 “아직까지 협상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면세점 면적이 방대해지면 그만큼 관리인력과 비용이 더 들 수 밖에 없는 데다 규모와 위치도 중요하지만 입점 브랜드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특히 관광공사는 야심차게 시내면세점을 추진하면서도 내로라하는 브랜드도 제대로 유치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 규모를 2.5배로 늘리게 되면 그만큼 브랜드 유치도 뒤따라야 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곳중 하나인 중문을 떠나 면세점 위치를 옮긴다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제주도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를 유치하지 못하면 결국 또다시, 그것도 더 큰 운영난에 봉착할 우려도 적지않다”며 “규모를 늘려 신화역사공원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사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람정측의 사실상 ‘특혜’를 등에 업고 관광공사가 사업을 이어가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도민 일각에선 “관광공사 시내면세점이 지난 5월 중문관광단지에 오픈했는데 고작 1년여 만에 신화역사공원으로 옮긴다는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관광공사가 면밀한 분석없이 사업에 뛰어든 게 애당초 잘못이 아니었냐”고 지적하고 있다.

또 “자칫 하다간 종국에 가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 ‘혈세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다른 한편에서는 람정측이 중문에 있는 카지노를 신화역사공원 사업지구내로 면적을 확대해서 이전하려는 것과 맞물려 있는 것 아니냐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제주관광공사는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사실상 최하위로 추락하는가 하면 창립이래 29억 적자(외국인 면세점은 40억 적자)를 기록해 직원들 인건비 등을 위해 혈세에 손을 내밀기도 했다.

관광공사 측은 지난해 적자 원인이 중국발 사드 보복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종합보고서를 통해 신규 사업 초기 투자 및 인력의 무리한 확대로 인한 비용증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꼽았다.

관광공사 시내면세점은 지난해 5월 공식 오픈하고 야심찬 출발을 알렸다. 관광공사는 2610.76㎡ 규모(약 791평)의 매장에 수입명품, 국산품, 제주상품 등으로 면세점 면모를 갖춘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각종 지표로 나타난 실적은 초라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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