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도민회의 "해묵은 갈등 이제는 매듭지어야 할 때"

제주지역 113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9일 오전 10시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종달교차로에서 '제2공항 강행저지 전도 도보순례 출정식'을 가졌다.

비상도민회의는 이날부터 2월 15일까지 매주 목, 금, 토요일에 제주제2공항 반대를 외치며 제주전역 도보순례를 통해 마을사람들을 만나며 제주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라고 전했다.

도보순례는 금일 오전 10시 구좌읍 종달리 종달교차로 앞에서 기자회견 및 출정식을 열고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이날 출정식 및 기자회견에서 "개발 광풍이 지나간 지금 제주는 혼돈과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며 "개발이익은 면세점과 대규모 리조트와 관광업체 등 소수 대자본에 집중돼 제주다움의 토대인 아름다운 생태와 경관은 하루가 다르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공항을 하나 더 짓자고 하는 것은 개발광풍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가속 페달을 밟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관광이고 개발인가? 한정된 섬이 갖는 생태적, 사회적 수용력을 넘는 과잉관광, 과잉개발로 제주가 가진 가치와 매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지금은 잠시 멈추고 돌아보아야 할 때"라며 "이대로 수용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양적 팽창을 추구하면 관광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농업은 무너지며, 환경과 경관은 더 파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제주의 수용력과 지속가능성을 면밀하게 연구, 검토하고 충분한 숙의를 거쳐 제주가 어디로 갈지 도민의 뜻을 모아야 할 때"라며 "공항시설을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확충해야 할지도 그러한 성찰과 합의의 과정에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런데 국토부는 제주도의 미래나 도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자신들의 수요예측만을 근거로 공항을 확충해야 한다고 한다"며 "심지어는 제주공항의 보조활주로만 활용해도 자신들이 제시한 수요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세계적인 전문기관 ADPI의 용역 결과마저 은폐하고 성산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해 왔다"고 비난했다.

또한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부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도 제2공항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에 대해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그래도 '마이동풍'"이하고 비판했다.

비상도민회의는 "더 안타까운 것은 제주도정"이라며 "제주의 현실과 미래를 성찰하면서 제2공항 문제에 대해 도민들의 뜻을 모아내는 것이 도정의 의무인데, 공항확충 용역이 시작될 당시 도지사가 도민들에게 약속했던 일이고, 17억 원을 들여 만든 제주미래비전에도 명시돼 있음에도 제주도정은 스스로 했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심지어는 도민 청원을 받아들여 도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도민의견 수렴과정을 공공연하게 폄훼하고 방해하기에 급급하다"고 힐난했다.

이들은 "원 지사는 도민사회의 공론화는 이미 진행됐다고 주장한다"면서 "지난 4년 동안 제주도정이 도민의견을 묻는 공론화 절차를 추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지못해 국토부가 주민대책위와 함께 검토위원회도 운영했고, 서너 차례 공개토론회도 했으나 그 과정에서 국토부와 도정은 제주도에 정말 두 개의 공항이 꼭 필요한 것인지, 성산이 입지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 도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제주공항 활용가능성에 대한 검증이나 성산 환경에 대한 공동조사도 거부하고, 도민들의 판단도 묻지 않은 채 그냥 밀어붙이겠다고 하는데, 그렇게는 안된다"며 "피해마을 주민과 도민이 전혀 납득할 수 없는데, 강정해군기지 때처럼 회유와 협박, 이간질, 폭력으로 제주공동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비상도민회의는 "해묵은 갈등을 이제는 매듭지어야 한다"며 "제주도의회가 갈등해소특위를 만들어 도민의견을 모아내려고 하고 있는데, 이제 도민들의 시간이다. 제주도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이들은 "국토부나 용역 청부업자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도민을 무시하고 도민 위에 군림하는 도지사의 아집에 맡겨둘 수도 없다. 도민들이 주인답게 나서서 의논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우리는 여기에서 출발해, 도보로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면서 제주를 만날 것"이라며 "묵묵히 제주 섬을 걸으며 난개발에 상처난 자연을 보듬고, 마을을 찾아 도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주의 현실과 제주가 나아갈 방향, 그리고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제주를 제주답게 지켜나갈 길을 찾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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