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추정 시간 '24시간 이내' 부검의 결과 배척 실험결과
경찰, 사건 수사 탄력 기대… “용의자 압축, 증거 확보중”

경찰이 지난 2009년 2월 제주에서 일어난 보육교사 살인사건과 관련 사망시간을 명확히 추정하기 위해 돼지와 비글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당초 사망 추정시간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로써 장기 미제사건으로 기록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이번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를 다시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실험을 통해 파악한 사망시간을 당초 ‘24시간 이내’가 아닌 2월 3일 이전으로 추정했다.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피살자 정확한 사망시점을 두고 “2월 6일 피해 여성 핸드백이 발견됐다. 당시 내용물이 다 젖어 있었다. 6일부터 8일까지 비가 내린 날이 없어 내용물이 젖어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전에 비가 와야 했다. 날씨를 확인해 본 결과 2월 2일 1mm, 3일 17mm에 비가 왔다. 3일 내린 비가 핸드백을 젖게 했다. 이 전에 핸드백이 버려졌다. 이를 근거로 사망추정 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견된 시체 위에 흙먼지가 있었다. 사체 발견장소는 깨끗한 곳”이라며 “시체가 수로를 가로 막으니까 물이 넘쳤다. 비가 내린 2월 3일 이전으로 사망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24시간 이내에 사망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당초 사망추정 시간을 배척했다.

사건 발생 당시 부검의는 2009년 2월 8일 오후 1시50분부터 24시간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이와 관련 25일 브리핑을 열고 비글과 돼지를 이용한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실험팀은 실험 결과 사후 7일이 지났음에도 냉장효과와 보온효과가 모두 발생, 사체에서 부패 지연, 직장체온이 대기온도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동물 실험 감정결과를 두고 경찰은 “당시 변사체 발견당시 부패가 없었으며, 직장체온이 대기온도보다 높았다는 이유 등으로 사망 추정시간이 ‘2월 8일 사체 발견당시로부터 24시간 이내’라는 부검의 소견이 있었다”며 “(하지만)실험결과 사체 직장 체온이 대기온도보다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지는 현상이 매일 나타났고, 또한 사후 7일이 경과된 실험용 돼지와 비글의 부검결과, 부패의 소견이라고 할 만한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실험 결과로 용의자가 달라진다. 언제 사망했느냐가 첫 걸음이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조심스럽고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많은 해석과 억측이 있을 수 있다. 경찰에서 사건 재개, 모든 용의선상에 올랐던 사람들 재검토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6일자로 재수사를 위한 준비 작업을 했다. 공식적으로 수사를 재개했다고 보면 된다”며 “용의군도 압축, 증거수집 방향도 달라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실험팀은 최대한 당시 상황과 유사한 기후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실험팀은 과학실험에 활용되는 비글(3두, 중량 약 10~12kg)과 돼지(4두, Porker종, 55~70kg)를 이용해 회차당 7~10일씩 4회에 걸쳐 진행했다.

또한 사전에 실험현장을 당시 조건에 맞춰 복원했고, 당시 기상청 날씨와 현장의 날씨와의 편차를 분석, 비교 산출하는 등 최대한 사건당시와 유사한 사건을 조성했다. 실험동물에게는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옷과 유사한 복장을 입혔다.

사건 당시와 동일하게 7일째 되는 날에 오후 8시30분경 실험동물을 천막안으로 옮겨 직장온도 및 대기온도를 측정했고, 부검을 한 뒤 장기조직을 채취해 신선한 조직표본과 현미경으로 비교 관찰해 부패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 실험에는 전 서울대 법의학교수이자 현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로 재직중인 이정빈 교수가 주관하고 전북청 과학수사계 현철호 검시사무관, 경찰수사연구원 송태화 교수, 제주지방경찰청 등 전국 지방청 과학수사요원이 참여했다.

이정빈 교수는 “시강이 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 내부 장기 부패가 전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는지, 사체 직장체온이 천막 안 대기 온도보다 3.8도가 높을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놓고 감정을 했다”며 “실험 결과 현장 특성에 따라서는 사망시간 추정을 위한 직장온도는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법의학적 성과를 거뒀다”고 동물실험 성과를 밝혔다.

양수진 제주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은 “이번 실험결과를 토대로 경찰은 사건을 재개할 것이며, 확보된 증거관계를 면밀히 분석․보강하여 신속한 사건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본 사건과 관련해 범인검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알고 계신 분은 적극적인 제보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9년 2월 2일 이씨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2월 6일 제주시 아라2동에서 피해자 이씨 가방을 발견했고,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에서 이씨 변사체를 찾아냈다.

경찰은 2월 7일 수사본부를 세우고, 9일 부검했다. 부검결과 부검의는 타살로 확인했고 사망추정 시간을 사체발견일인 8일로부터 최대 24시간 이내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부검의 소견을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6월 5일 수사본부를 해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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