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용연다리 부근 음주단속 현장서 트럭은 "그냥 가라"
경찰 "교통 흐름과 오르막 길 위험 때문"…선별 단속 논란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16일 오전 기자가 찾은 용연다리부근 음주단속 현장에서 경찰이 대형트럭에게만 그냥 지나가라는 사인을 보내고 있다.

16일 오전 7시 45분 경 출근을 위해 제주시내 용연다리 부근을 지나던 송 모씨(52)는 그 곳에서 실시되고 있던 음주단속 현장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교통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어 소통이 원활하지만 항구를 오가는 대형 트럭이 특히 많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대형 트럭에만 단속을 실시하지 않았다.

영업용 차량이나 출근길 차량 모두 발 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상황은 마찬가지지만 대형 트럭에게는 경광봉을 흔들며 그냥 지나가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던 것이다.

이에 불만을 품은 송 모씨가 자신의 단속 차례가 되자 "왜 대형트럭은 단속하지 않느냐"고 묻자 경찰은 "교통이 막혀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이처럼 특정 장소에서 음주단속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트럭이나 영업용 차량 등에는 손을 대지 않아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업용인 전세버스 등 운전기사들이 음주단속에 적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 트럭 등 운전기사들은 전혀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볼 어떠한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트럭 운전기사들이 음주 사고를 낸다면 더 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소지도 다분히 안고 있어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같은날 제보를 받고 오전 8시 30분 경 현장을 찾은 기자도 음주측정을 한 후 제보 내용과 관련해 그 곳에 있던 경찰에게 설명을 요구하자 "그렇지 않다. 누가 그런 소리를 했냐"며 "대형 트럭만 단속을 하지않고 그냥 보낸다는 기준은 없다. 다만 교통을 원활하게 하기위해 트럭을 포함한 모든 차량을 그냥 보낼 때도 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기자가 지켜본 현장은 달랐다. 같은 시각 현장을 지나던 많은 차량들 사이에서 음주단속을 실시하던 경찰이 대형트럭 3대에게만 그냥 지나가라는 사인을 보냈던 것.

그 현장을 함께 지켜본 경찰은 "오르막 길이라 대형차량인 경우에는 뒤로 흐를 수도 있는 위험이 있어 그냥 보내기도 한다"고 황급히 말을 바꾸며 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경찰에게 트럭 뒤로 있는 모든 차량을 그냥 보내라고 소리쳤다.

이후 용연다리 부근 음주단속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지구대 관계자에게 도로의 경사 때문에 대형 차량에게 단속을 하기 힘든 것이라면 그 부근을 조금 지난 평지에서 대형 트럭만을 따로 단속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대형 트럭만을 그냥 통과시키지는 않는다"고만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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