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초기 가격 고공행진 ‘반짝’, 한달만에 반토막으로 ‘전락’
농민들, “연이은 비로 당도 낮고, 부패과 많아 값 형편없어”

서울시농수산물도매시장에 출하된 제주감귤.

출하초기 가격 호조세를 보이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던 제주감귤이 반토막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체 감귤 가격을 견인하고 가이드라인을 형성해야 할 극조생 감귤 값이 예상외로 낮게 거래 되면서 만감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지 우려되고 있다.

시장 반입물량 급증과 상품성 저하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당분간 낮은 가격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16일 평균 2만3621원이던 감귤 (10kg상자, 상품 기준)값이 한달이 지난 11월 15일 같은 기준 평균 1만2690원으로 폭락했다. 말 그대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감귤 출하초기 평균 가격은 3만8113원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점점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감귤출하연합회 측은 감귤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감귤출하연합회 관계자는 “극조생 감귤이 예상외로 당도가 높지 않아 맛이 없는 상황인데다 부패과가 많아 시장에서 가격형성에 어려움이 많다”며 “하지만 조생감귤이 본격 출하되면서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아울러 감귤을 제외한 다른 과일도 올해 일조량이 많아 당도가 높고 전체적으로 과일 소비가 줄어들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국 9대 도매시장 감귤 가격은 1만4000원 수준으로 올해와 비슷한 가격을 보이고 있다. 당초 감귤 생산량이 줄고 품질도 좋을 것으로 예상돼 높은 가격을 기대했지만 어긋나고 있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조생이 본격 출하되면서 최근에 다시 가격이 반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제주감귤이 맛있다’고 느끼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석철 서울청과(주) 과일부 부장은 “전체적으로 과일 소비가 부진한 탓이 가장 크다. 극조생 감귤이 끝나고 조생감귤에서 회복돼야 하는데 크게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품질이 좋을 것이라 기대했던 감귤이 당도와 품질이 떨어지면서 악재가 더해진 상황”이라며 “과일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김장철까지 겹치면서 소비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감귤 물량이 적기 때문에 가격은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민들도 감귤 가격 하락에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에 강한 해가 내리쬐 색깔은 좋지만, 지난달 연이어 내린 비로 인해 당도가 형편 없고 부패과도 많다”며 “당연히 감귤 값도 형편 없이 낮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농민은 “보통 극조생 또는 조생 감귤 값이 높아야 전체 감귤 값을 이끌어 가는 경향이 크다”며 “근데 올해 극조생, 조생 감귤 값이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라 올해도 가격이 어찌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밭떼기로 감귤을 매입한 일부 상인들은 품질이 좋지 않아 수확작업을 중단한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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