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훈 칼럼] 공익이냐? 수익이냐? 매해 적자 논란과 함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온 제주시티투어버스가 내달 1일부터 운영된다. 제주시티투어버스는 기존 제주도관광협회가 운영하던 황금버스와 제주시의 시티투어버스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 홍보는커녕 또다시 혈세만 축내는 게 아닌가?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지난 24일 열린 제주도관광협회에 대한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행정사무감사. 김명만 의원(이도2동 을, 더불어민주당)은 통합 제주시티투어버스 도입 운행 계획에 대해 관광 홍보는커녕 그동안 혈세만 축내왔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는 최근 대중교통체제 전면 개편과도 엇박자다. 관광지 순환버스에 지선・간선버스도 관광지를 경유토록 노선이 조정됨에 따라, 1200원이면 어느 곳이든 접근이 가능한데, 과연 시티투어버스가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물론 다른 곳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9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시티투어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전국 77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연간 탑승자 수를 분석한 결과, 부산광역시가 29만930명에 달했지만, 충남 보령시는 167명에 불과했다. 지자체별 연간 탑승자가 최대 1700배나 차이가 났다.

더욱이 서울과 부산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매해 적자 폭이 커지면서 지자체 보조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 상당기간 적자 예상…대중교통체계 개편도 변수

제주도관광협회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해온 황금버스는 한차례 운행 당 3명도 채 타지 않을 정도로 이용률이 저조해 3년 만에 중단됐다.

2014년 11월 도입 당시 황금버스 인프라 구축에 4억5000만원을 투입됐고, 매해 4억원 안팎의 보조금이 지원되다보니 때깔만 황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당시 도내 여행사가 운영하던 제주트롤리버스(Trolley Bus) 정기 관광상품이 판매되고 있었으며, 제주시도 2013년부터 매년 4000~5000만원의 적자를 내며 관광지 순환형 29인승 시티투어버스를 운행하던 터라, 특혜 시비와 함께 사업 타당성에 줄곧 의문이 제기돼 왔다.

향후 통합 시티투어버스는 기존 황금버스 2대를 활용하되, 내년 4월 이후에는 2층 버스를 도입키로 했다. 탑승자도 내・외국인 구분 없이 모두 탈 수 있다.

그러나 상당기간 적자는 불가피 할 것 같다. 당장 홈페이지 리뉴얼과 함께 홍보비가 1억원, 이후 매년 4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존 황금버스 코스에 김만덕 객주터와 제주민속오일시장, 노형오거리 3군데가 추가됐을 뿐, 타고 내리는 관광지 순환형 버스로서, 운행 노선이나 배차 시간 등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더욱이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버스 노선 확대로 도보 여행객들의 편의성이 높아진 것도 변수다. 대중교통 잘 발달된 곳에서 굳이 비싼 시티투어버스를 타겠느냐는 것이다.

# 내실화에 역점…관광 활성화・도시 브랜드↑ 기대

지자체나 운영자인 관광협회 측은 ‘혈세 낭비’ ‘빈차 투어’리는 비판에 대해 관광 활성화와 함께 도시 브랜드를 높이는 일이라고 항변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가 대한민국 관광 1번지라서…”, 또는 “다른 곳도 하지 않느냐”는 식의 답변은 곤란하다. 적자 운영에 대한 타개책도 고민해야 한다.

전국 시티투어버스중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부산광역시도 부단한 노력 끝에 운영 7년 만인 지난 2013년에 가까스로 흑자로 전환됐다.

협회 측은 지금 ‘명분 쌓기’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답습하지 않도록 무엇보다도 요금체계와 운행 노선, 야간 테마상품 개발 등과 같은 경쟁력 확보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막대한 보조금이 제 돈 이라면, 단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다.

좌승훈 주필.

이제 곧 운행될 통합 시티투어버스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다. 이왕지사, 제주시티투어버스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제주관광의 새 명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물론 내실화를 위해 차제에 기존 순환형과 함께 주제를 정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테마형(맞춤형) 버스 도입도 필요할 것이며, 단순히 관광만 하는 게 아니라,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해 유익한 해설을 해주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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