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후폭풍 장기화 조짐·숙박시설 공급과잉 ‘설상가상’
숙박업체, “무급휴가→임대→폐업…줄도산 명약관화”

[제주도민일보 DB] 사드 후폭풍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이면서 제주관광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촉발된 제주 관광시장 빙하기가 과잉 공급된 분양형 호텔 등으로 인해 대형 숙박업소들을 덮쳐 초토화를 시키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도내 숙박업소들은 폐업 시기만 저울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북한의 로켓발사 시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압박, 문재인 대통령의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추가 배치 지시, 중국정부의 반발로 한반도 주변 상황이 급격히 얼어 붙고 있어 제주관광시장에 더욱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중국 정부가 금한령을 풀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지만 이마저도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

사드 보복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도내 관광업체들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고 있지만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31일 제주도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7월 30일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8만7687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176만1565명에 비해 117만여명이 감소한 수치다.

현재 제주국제공항을 찾는 중국 노선은 28개 노선 359편 가운데 248편이 멈춘 상태다.

특히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지만 제주도 관광업계는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내국인 관광객 만으로는 관광업계 활성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제주 관광이 개별관광객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관광객들이 게스트하우스, 공유숙박(에어비앤비), 분양형 호텔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 기존 숙박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당초 올 하반기에 사드 후폭풍이 다소나마 식을 것으로 예상 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배치를 추가로 지시함에 따라 중국정부 반발이 거세지면서 제주관광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 회장은 “당초 정권이 바뀌면 사드 문제가 쉽게 풀릴 것으로 전망했으나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숙박업체가 가장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다. 일부 호텔은 휴업하거나 시스템을 개별 관광객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이 너무 많이 공급된 상황이라 일부 업체는 폐업을 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분양형 호텔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빠진 자리를 러시아 단체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김 회장은 “반면 사드문제가 해결되고 중국과 관계 정상화가 이뤄져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제주를 찾게 되면 이에 발맞춰 도내 관광업계도 준비를 해야 한다. 근데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이에 따른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2일 저녁 8시 30분 제주시 연동의 한 관광호텔 객실 모든 불이 꺼져 있다. 관광객 급감과 우후죽순 들어선 주택들이 불법 숙박업소로 변질되면서 호텔을 찾는 발길이 뚝 떨어졌다.

김영진 회장의 이 같은 설명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도내 숙박업계는 전전긍긍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텔을 운영하다 경영난에 시달려 임대하고 펜션을 운영중인 부모씨는 “현재 호텔 가동률이 50%도 안되는 실정이다. 다른 업체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직원들 쉬는게 낫겠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내년도 관광진흥자금을 1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말 그대로 유지하기조차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씨는 “더욱이 국내 여행객은 5~10%정도 늘어났다고 하지만 이 관광객들은 게스트 하우스, 에어비앤비 등에 묵고 있다”며 “이렇게 많은 국내 여행객들이 들어와도 한계가 있다. 이렇게 가다간 모두 망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주도 숙박업계 관계자는 “시내권 관광호텔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거의 마지노선까지 내려가서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도내 숙박업계 줄도산 위기는 시간 문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제주시내 한 관광호텔 성모씨는 “호텔 예약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해 이대로 가다가는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며 “내국인 관광객이 많이 들어왔다고 하지만 해안가를 중심으로 불법 숙박업소가 성행하면서 적법하게 숙박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들은 정말 죽을 맛이다. 더욱이 대규모 분양호텔이 과잉 공급 되면서 시장을 망쳐 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광호텔 임원인 김모씨는 “예약률 4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인근 다른 호텔은 직원들이 무급휴가에 들어갔고, 많은 호텔이 문을 닫고 있다”며 “특히 도내 분양형 호텔 등 숙박시설 공급이 3, 4배 늘어났다. 사드 때문이라면 1, 2년 안에 해결하겠지만, 공급과잉 때문에 일어난 일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는 “국내 손님들이 들어와도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장기화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호텔과 관련된 산업들이 줄줄이 타격을 받게 된다. 당장 침대 시트 등을 세탁하는 업체가 일거리가 줄어 경영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 호텔은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중단하고 임대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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