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시나리오 공모도 없이 제작? 뮤지컬이 공산품”논란
허창옥 의원, “도내 상시공연 불가, 작년 열린음악회 재현우려”

지난해 서경덕 교수와 가수 션이 제작했던 김만덕 관련 영상 캡쳐./자료출처=유튜브

제주시가 김만덕 뮤지컬 제작비용으로 수 억원의 추경 예산안을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 개발에는 동의하면서도 김만덕 뮤지컬 제작에 수억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터무니 없다는 지적과 함께 제주시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철학이 빈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주시 문화예술과는 ‘제주의 문화 예술을 알리는 뮤지컬 제작’이라는 명목으로 6억5000만원의 추경예산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주시의 예산 편성에 다양한 문화 콘텐츠 개발이라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지나친 예산 편성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제주도에 뮤지컬을 제작할 만한 단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시공연이 불가능 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허창옥 제주도의회 의원은 “문제가 있는 예산”이라고 규정하며 “결국 제주도내 단체가 아닌 공모를 거쳐 외부 극단이 선정될 것이 분명하다. 상시공연을 위한 제주도립무용단이면 가능하겠지만 과연 도내에서 상시공연이 가능 하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허 의원은 “제주시가 이런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지난해 KBS 열린음악회와 같은 예산낭비로 그칠게 분명하다. 6억5000만원이면 작은 돈은 아니”라며 “문화컨텐츠를 개발하는 것은 동의한다. 그러나 뮤지컬이라는 것이 종합 예술이다. 제주시가 제출한 예산은 분명 문제가 있는 예산”이라고 못 박았다.

전문가들은 제주시 문화예술 행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오순희 간드락 소극장 대표는 “지난해 시나리오 공모도 거치지 않고 김만덕 뮤지컬을 만든다는게 말이 안된다”며 “도내에서 이를 할 만한 단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짧게는 8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공무원들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철학의 빈곤과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이 같은 계획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은 말 그대로 종합예술이다. 소품, 의상, 배우들의 월급, 운영비 등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도내에는 주연으로 세울 만한 배우가 없는게 현실”이라며 “그러면 결국 외부에서 주연배우를 섭외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도내 배우와 관계자들은 심부름꾼으로 전락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 대표는 “뮤지컬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도 아닌데 뭘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시간에 쫓기며 뮤지컬을 만들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술인들의 자존심을 깎게 될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매번 문화예술을 이런 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항상 1회성으로 끝나고 예산은 예산대로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역내 문화예술인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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