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보호센터서도 글쎄요 "제도적 장치 있어야"
"내 자식이라면"…말로 아닌 행동하는 복지가 우선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보호 받아야 할 아동이 보호기관으로부터 오히려 더 홀대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표면적 보호기관이 아닌 실질적 아동 보호를 위해선 무엇보다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시각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A양은 집에서 학대를 받고는 제주도내 한 아동보호센터에 인계됐다.

센터에서 지내던 A양은 자신에게 막말을 하고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준 센터 지도교사에게 불만을 품고 지난 24일 오후 11시 30분경 센터에서 뛰쳐 나왔다.

이후 지난 24일 오후 11시 40분쯤 제주시 연동 소재 길을 지나던 행인이 쓰러져 있는 A양을 발견, 신고하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측은 A양의 신원을 확인하고선 A양의 부모에게 연락을 했고 자신을 학대한 부모가 병원에 찾아오자 A양이 경기를 일으키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때문에 A양의 부모와 A양은 격리 조치할 수 밖에 없었고 A양은 다시 원래 있던 센터로 돌려 보내졌다.

26일 오전 센터에서 A양의 등교를 돕기 위해 차량에 태우려 했으나 A양은 강하게 거부하며 "혼자 갈테니 버스카드(A양 소유)를 줘라. 돈 있다"고 요구하자 센터 지도교사는 버스카드를 주고 A양을 보냈다. 그것도 혼자였다.

이후 A양은 버스카드에 잔액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버스를 이용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당할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A양은 걸어서 학교로 가려 했으나 길을 잃고 학교 담임교사에게 연락을 했고, 담임교사는 연락을 받고 직접 A양을 데리러 오는 일까지 벌어졌다.

A양의 담당교사는 "A양이 나에게 센터 지도교사가 친구들이 있는 앞에서 '얘는 나한테 찍혔어'라고 이야기 했다고 털어놨다"며 "이 외에도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카드를 빼앗아 가고 친구들 앞에서 자신이 숨기고 싶은 개인정보를 발설하거나 '내 말좀 들어 이 XX야' 등의 욕설을 하기도 했다더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또 "A양이 괴롭힘을 당하고 센터가 싫어서 나갔는데 다시 똑같은 센터로 돌려보낸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가정학대를 당한 어린 학생이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마음대로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고 혀를 찼다.

또한 이 교사는 "혼자 길에 노출돼 있다가 학대를 가한 부모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큰 일이 아니냐"는 우려도 내보였다.

이에 센터측은 "보호 아동이 센터를 나가는 것은 자유이고 가둬 두거나 제지를 할 수 없다"면서 "등교할 때도 학생이 강하게 거부해 어쩔 수 없었다. 학생에게 교통카드를 주고 보낸 뒤 학교 교사에게 문자 2통을 남겼다"고 해명했다.

또한 A양에게 막말을 하거나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도민 일각에선 학대피해 장애아동 지원 법적 근거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애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모 교사는 "지적 장애를 가진 피해 학생이 보호센터에서 나가 어떤 일이 생겨도 센터측은 책임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보호센터에는 피해를 입은 비장애인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장애인복지법이나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을 개정해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또 "아동복지법인 경우 실질적으로 아동학대 예방과 학대 행위자의 처벌, 피해아동 보호 등을 둘러싼 규정이 너무 미흡해 이를 적용하고자 해도 적용할 규정이 없고, 장애인 학대를 금지할 수 있다고 보이는 형법에선 학대의 죄에 대한 형량만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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