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감독.

[뉴시스] 세 차례 심의 끝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 '뫼비우스'의 김기덕(53)감독이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겨냥했다.

김 감독은 7일 "두 번의 제한상영가로 영화 '뫼비우스'의 주제를 전하는데 심장같은 장면 약 3분을 잘라내고서야 청소년관람불가를 받았다"며 "관객들에게 죄송하다. 아직까지 내가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고민은 한국사회에서 음란하고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세 번의 심의 과정에서 성에 대해서는 엄격한 반면 잔인한 폭력살인에 대해서는 무척 관대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설국열차'(감독 봉준호)를 언급한 것이다.

"1000개 이상 극장에서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보는데 그냥 둬도 10명도 볼까말까 한 '뫼비우스'의 심장을 이렇게 차갑게 도려내니 많이 섭섭하다"고 토로하면서 "그것이 내 영화와 나를 보는 변하지 않은 그들의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세 번의 재심의에서나마 청소년관람불가로 상영을 허락해준 영등위에 감사드리며 성과 폭력에 대한 기준을 알았으니 다시는 지적을 받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영등위 판단이 많이 아쉽지만 간절하게 개봉을 기다리던 스태프와 배우들에게는 예정대로 9월 초 관객들과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안도도 했다.

김 감독은 "심의 기준에 아쉬움을 전한다"며 "그 잔인한 대량학살극이 그려지는 영화는 15세 관람가. 폭력에는 관대하고 성에는 편협하고 … 뫼비우스 상영조차 금지. 역겹다 이런 사회"라는 트위터 글을 옮기며 자신의 심경을 대신했다.

'뫼비우스'는 지난 6월 초 영등위 첫 심의에서 아들과 어머니의 성관계 장면 등을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1분40초 분량을 잘라내 16일 재심의를 넣었지만 같은 판정을 받았다. 결국 전체 2분30초 분량을 잘라내서야 한국에서 개봉하게 됐다.

앞서 김 감독은 영화기자와 평론가, 감독 등을 대상으로 "30% 이상이 반대하면 개봉하지 않겠다"며 비공개 시사회를 열어 86.9%의 찬성표를 얻었다.

한편, 김 감독은 지난해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2년 연속 베니스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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