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환점 돈 민선7기, 양 행정시장 임명 바라보며…
음주전력·의혹 백화점 청문회 '무력화'…도 넘은 측근챙기기
도민만 바라보겠다던 元, 도민을 그저 포켓 속 장난감 취급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편 가르기·줄세우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제주의 주체성과 주민소득, 일자리, 제주도를 지키는 도정을 만들겠다"(2014년 5월. 선거캠프 자원봉사 청정선거 결의식)

"저는 정당을 떠나 제주도민당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제는 도민여러분 밖에 없다. 도민만 바라보겠다"(2018년 5월31일. 롯데마트 앞 출정식)

"중앙정치로의 진출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민생안정에 전념하며 중앙정치가 아닌 도민만 바라보겠다"(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

원희룡 제주지사가 선거 때 혹은 한해 포부를 밝히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말들이다.

도민만 바라보겠다던 원희룡 지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권행보에 열을 올리며 도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그마저도 이해하던 도민들이었다. "제주가 낳은 전국 수석. 잠룡 원희룡 대권 도전"에 응원하는 도민도 많았다.

그러나 원희룡 지사는 이런 도민들의 기대와 염원마저 저버렸다. 다름아닌 1일 있은 행정시장 임명 강행이다.

둘 다 음주전력이 있다. 백번 양보해서 안동우 제주시장은 20년도 더 된 과거의 일이기에 이해한다 치더라도 김태엽 서귀포시장의 음주운전 약식명령(벌금 800만원)은 지난 5월 이뤄진, 말 그대로 잉크도 안마른 일이다.

여기에 언론과 도의회 청문회 등을 통해 편법 증여, 부동산 투기, 탈세 의혹, 동생찬스-남편찬스-아버지찬스 등 채용·승진의혹까지 의혹 백화점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도의회에서 '원희룡 지사 약점을 잡은게 있느냐", "상왕이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4대3의 근소한 차이기는 하나 부적격 청문보고서로 결론났다.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발, 공직을 대표하는 전공노의 비판, 도의회 청문결과 '부적격'에도 원희룡 지사는 측근 챙기기가 소중했던 모양이다.

보란듯이 1일 임명장을 수여하고 자신은 10일 휴가를 떠났다. 부적절한 행정시장 임명강행에 대해 언론의 지적과 도민의 쓴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의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유행 지난 장난감'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자신이 필요할때 신나게 가지고 놀다가, 흥미를 잃어 방 한구석에, 혹은 창고 한켠에 박아두는 장난감. 그리고 필요해지면 다시 꺼내서 잠깐 쓰는 그런 장난감 말이다.

대권도전에 나선 원희룡 지사에게는 제주도가, 그리고 제주도민이 그런 유행 지난 장난감일 것이다. 대권에 도전하게 되면, 혹은 대권에 도전하지 못하더라도 다시 도지사에 도전하게 되면 그렇게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장난감으로 생각했나 보다.

며칠전 한 통신사의 인터뷰 내용중 대권이 여의치 않을 경우 도지사 3선에 다시 도전할 것이냐 묻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원 지사는 "도민들께서 답해줄 것이다. 정치는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도민과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다"며 여운을 남겼다.

사실상 대권 도전이 안되면 다시 그 발판으로 지사 3선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행 지난 장난감이더라도 희소성으로 당시 가격의 10배, 100배에 거래되는 경우도 많다.

창고에 버려지는 유행 지난 장난감이 아닌 희소성이 있는 장난감. 그런 제주도민으로 생각한다면 이처럼의 불통과 오만, 독선의 행정은 없을 것이다.

원희룡 지사에게 묻고 싶다. "그대에게 있어 제주도, 제주도민은 어떤 의미인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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