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형사4단독 서근찬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64)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5일 오전 5시 20분께 제주시 애조로 동샘교차로 방면에서 달무교차로 방면으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마라톤 연습을 위해 달리고 있던 B씨(55.여)를 발견하지 못하고 치어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보행자가 없어서 자신이 운전하는 자동차 앞으로 피해자가 나타나거나 뛰어올 것을 예상할 수 없었다"면서 "당시 오른쪽 아래 도로로 빠져 나가기 위해 속도를 줄이면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음에도 충돌 직전까지 피해자 일행을 발견할 수 없었던 점 등에 비춰 볼 때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에게 자동차전용도로와 유사한 환경에 있는 도로 전방에서 야간에 사람이 마라톤 연습을 하면서 역주행으로 달려올 것까지 예상해 속도를 줄여 주행하면서 감속하거나 급정지해 충돌을 피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전에 정지거리보다 먼 거리에서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우므로 A씨가 전방주시의무를 태만히 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은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다.

한편, 피해자 B씨 유족 측은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이 사건 사고 발생 도로는 자동차전용도로로 간주해 전방 주시 의무의 경중을 따져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은 유족들이 받아들이기에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애조로를 자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애조로가 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아니라 마라토너들과 자전거 동호회가 이용하고, 보행자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것"이라며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혹시 모를 보행자 사고에 대비해 안전 운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법부와 행정당국이 동일한 도로의 성격을 다르게 규정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도로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당국이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 고시하지 않은 도로를 사법부가 유사한 환경, 혹은 실질적으로 자동차전용도로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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