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직접 증거 없다" 무죄 판단

제주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및 유기한 고유정(37·여)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 살인 및 사체손괴, 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을 상대로 선고 공판을 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재판부는 고유정의 전 남편 살인 등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무죄'로 판단했다.

고유정은 2019년 5월 25일 밤 제주시 조천읍의 한 무인펜션에서 흉기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후 완도행 여객선과 경기도 김포에서 사체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고유정은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은닉한 혐의 자체는 인정했지만 전 남편의 강압적 성관계 요구에 대응하다 발생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유정이 이혼 후 전 남편과의 면접교섭을 거부하는 등 전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과수에서 펜션 내부에 있는 혈흔형태를 분석한 결과 이사건 다이닝룸과 주방, 거실에서 검추된 혈액 대부분이 피해자 유전자가 검출되서 피해자의 혈흔으로 확인됐는데 그 혈흔 형태가 피고가 휘드른 칼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혈흔형태는 피고가 찔러서 재차 찌르는 과정에서 나오는 형태이므로 피고가 수차례 찌르는 과정에서 이같은 혈흔형태가 남은 것으로 인정된다.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찔렀을 것"이라며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유정은 지난해 3월 1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던 현 남편의 의붓아들(당시 6세)의 몸을 강하게 눌러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자인 의붓아들은 현재 이혼 소송 중인 현 남편과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아빠와 잠을 자다 3월 2일 오전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고유정이 3월 2일 새벽 엎드려 자고 있던 의붓아들의 몸에 올라타 얼굴이 바닥으로 향하게 한 상태에서 머리를 수분 동안 강하게 눌러 사망케한 것으로 보고 전 남편 살인 사건 재판 중에 추가로 기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현 남편에게 수면유도제 성분이 든 차를 마시게 해 깊ㅇ른 잠에 빠지게 했다는 것이 우선 증명되야 하고, 제3자에 의한 사망가능성이 배제돼 피고가 살해했다고 추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의적 범행 여부를 확실하게 할 수 없으면 무죄를 추정하는 것이 헌법상 취지다. 직접 증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 대법원 법리"라며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등 범행 잔혹성, 중대성, 책임의 정도를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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