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마음열고 함께 배워봐요 ①>
다문화 혼인비율 해마다 증가…올해 전국 2만3773건
제주 다문화가정 5000여가구 훌쩍…10년 전 3배 이상 증가
배우자·가족부양·자녀교육 과중한 역할 부담에 폭력까지

다문화가정’ 이제는 생소한 말은 아니다. 전국은 물론 제주도 다문화수가 1만명을 훌쩍 넘은 지 오래다. 결혼 10쌍 중 1쌍은 다문화 혼인일 정도로 다문화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고 있지 않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 생김새, 문화의 차이로 이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 혼인이 증가하는 만큼 이혼하는 등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 제주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장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대책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건강한 부부관계, 사회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대략적으로 짚어본다[편집자 주]

# 피부가 하얀 사람은 잘 대해주고 우리는 왜 피할까요?

"임산부인 필리핀여성이 왜 제주의 사람들은 임산부를 보고 자리를 양보해 주지 않을까요? 필리핀에서는 임산부를 보면 전부 도와주고 자리도 양보해줘요 제가 겉옷을 벗어 배를 보여줘도 쳐다보지도 않아요 그런데 왜 얼굴이 하얀 외국 사람한테는 엄청 친절해요 잘 웃어주고 우리는 왜 꺼려 할까요?"

"세명의 아이를 키우는 베트남 엄마는 베트남의 남자들은 아이 키우는 것을 엄청 잘 도와줘요. 그런데 이 곳의 남자들은 잘 안도와 줘요 제가 도와달라고 하니까 “이만큼 도와줬음 됐지 얼마나 더 도와줘야 하냐고 했어요”그래서 더 말 안했어요. 다른 친구들로 말해요"

전국적으로 다문화 혼인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 다문화 혼인 건수는 2만3773건으로 지난해 보다 8.5%(1856건) 증가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의 비중이 9.2%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보다 0.9%P 증가했다. 이처럼 국제결혼은 해매다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제주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다문화가정은 4680가구가 넘는다. 10년 전인 2009년(1440가구)과 비교해 3.3배나 증가했다. 이런 국제결혼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만큼 다문화가정이 엄연히 하나의 가족 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구성원인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정에서 사회에서 겪고 있는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결혼이주여성들은 가족과 배우자 부양, 자녀 교육부담 등 과중한 역할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적당 이를 털어놓을 곳이 없어 힘들어 하고 있다 더욱이 폭행 등 인권침해 상황은 매우 심각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의 결혼 지속기간은 지난해 같은 기준으로 8.3년으로 2008년과 비교하면 갑절이상 늘어났다.

다문화 이혼건수는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적은 건수인 1만245건을 기록했으며 전년보다 0.3%P감소했다.

다문화 혼인 증가속에서 이혼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다수의 가정들이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실제 그 안을 들여다 보면 결혼이주여성들은 상대방 문화 이해 부족과 소통의 부재로 내국인 가정보다 많은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이들은 말하지 못할 고민들을 참고 견디고 있었다. 배우자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지만 의견충돌로 이에 대한 갈등은 배우자에게도 큰 과제다.

대다수의 배우자들은 행복한 가정 이라는 이상과 현실의 결혼 생활의 혼란이 교차하며 좋은 남편·아버지 의 역할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는 막막함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10세이상 넘는 부부가 40%…소통의 부재, 각종 폭력으로 이어져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다문화가정(남편이 한국 국적자)의 남편의 경우 45세 이상이 비중이 26.9%로 가장 많고 30대 후반이 19.6%, 30대 초반(19.3%)순으로 많았다.

아내의 연령은 20대 후반이 27.6%로 가장 많고, 30대 초반이(22.3%), 20대 초반이(18.0%)순으로 많았다. 20대 후반의 비중은 감소하고, 30대 초반의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또 다문화 혼인을 한 남편의 평균 초혼 연령은 36.4세로 전년보다 0.3세가 증가했고, 아내의 평균 초혼 연령은 28.3세로 지난해 보다 0.2세 증가했다.

다문화 혼인을 한 남녀 간의 평균 초혼 연령차는 8.1세로 지난해 보다 0.1세 증가했다. 또 다문화 혼인을 한 남편의 평균 재혼 연령을 47.8세, 아내는 38.5세로 전년보다 남편은 0.1세, 아내는 0.5세 감소했다.

연령차는 혼인에서 남편 연상부부가 78.2% 가장 많았고, 아내 연상이 16.1%, 동갑이 5.7%를 차지했고, 남편이 10세이상 연상인 부부는 40.9%로 지난해 대비 1.4%P증가했다.

2018년 여성가족부의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다문화 가정 형성동기로는 친구·동료의 소개가 31.7%로 가장 많았고, 스스로 배우자를 찾았다(24.8%),그리고 다문화가정 부부 10쌍 중 2쌍은 결혼중개업체(21.4%)를 차지했다.

실제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맺어진 다문화가정 특성상 한국인 배우자는 결혼,출산 자체에만 관심을 가질 뿐 외국인 배우자 출신국가의 언어와 문화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아내가 필리핀여자였어요. 나이가 저보다 14살이나 어렸는데 막상 결혼을 하고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았어요. 싸우기도 많이 하고, 아내는 울기도 많이 했어요. 어머니랑 대화도 힘들고.. 막상 저도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어요. 그런데 그 후 아내가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아이 둘만 남겨놓고...”

조사결과 한국인 배우자는 55.3%가 문화적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으며 63.8%는 배우자와 다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부부간의 이해부족은 가족 관계 악화는 물론 상대방에게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로 이어진다.

지난해 여성긴급전화 1366제주센터에 접수된 이주여성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1432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4건꼴이다. 2015년 700여 건에 비해 3년 만에 갑절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이주여성 7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실시한 결과 이주여성 20.4%(146명)이 가정폭력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2명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가해자 검거는 2016년 11건, 2017년 7건, 지난해 12건 등 극히 일부분에 그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주여성의 42.1%가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행 당시 도움을 요청했는지에 대해선 ‘안 했다’는 응답이 31.7%,‘때리지 마세요’가 이주여성들 사이에서 일상어가 됐다고 한다.

이들이 신고를 꺼리는 큰 이유는 배우자가 국적 취득에 결정적 권한을 갖고 있어서다. 아직도 외국인등록증 발급, 비자 연장, 영주권 신청 등을 할 때 한국인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요하다. 신분이 안정될 때까지는 상습 폭행을 당해도 신고도 못한 채 견디고 있는 것이다.

# 좋은 남편·아버지 되고 싶지만...

이들의 갈등은 언어 소통의 부재와 문화적 갈등 차이도 있지만 가정 내 아버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두고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남편과 아내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아내가 아직 제주 문화가 서툴다 보니 아이들 교육문제에 많이 갈등을 느꼈어요. 저도 농사일에 정신없다 보니.. 아내에게 교육을 맡길 수 밖에 없는데..아내는 잘 몰라서 놓치거나 못하는 경우가 있어 종종 많이 다퉜어요. 돈도 벌어야 하고 아이들 교육도 챙겨야 하고, 아내도 챙겨야 하고 처갓집 경제적 지원까지..저도 힘들었어요”

다문화가족의 성 불평등 실태와 가족갈등 양상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수 이주여성들은 불평등한 가족생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배우자들이 돈을 버느라 바쁘고 힘들어서, 돈을 더 많이 버니까, 이제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바꾸기 싫다는 이유로 변화에 미온적 이라고 지적했다.

행복한 다문화 가정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부부사이에 평등관계가 필요하며 배우자의 역할이 매우 크다. 특히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아내보다 나이가 많은 배우자들이 보다 더 노력을 한다면 건강한 가족을 만들 수 있고 부부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다민족사회로 들어섰다. 결코 언어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폭력을 일삼거나 차별적 시선을 가져선 안 된다. 이를 위해선 인권교육과 함께 피해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개선해야 한다.

물론 배우자들의 고충도 있다. 배우자를 위한 교육과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들도 절실해 보인다.

특히 이주여성들이 단독으로 거주자격을 얻을 수 있는 제도들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들은 한 가정의 주부이고 아이들의 엄마이기 이전에 당당한 우리 사회 한 명의 구성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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