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21일 53억4000만원 지급 확정

70여년 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4.3수형인이 사상 첫 형사보상을 받게 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제주4.3생존수형인 18명이 청구한 형사보상 청구권에 대해 총 53억4000만원의 형사보상 지급 결정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법원은 1인당 최저 약 8000만원, 최고 약 14억7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이는 당초 생존수형인들이 청구한 금액인 53억5743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형사보상 제도는 '형사보상 및 명예훼손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 국가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정된 제도다.

생존수형인들은 지난 2월 22일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 청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된 2019년 1월 기준 최저시급에 하루 8시간을 적용해 옥살이 한 날짜를 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2019년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금액이 6만6800원이므로, 1일 보상금 하한은 6먼6800원, 상한은 33만4000원 인데, 구금기간에 모두 33만4000원을 적용했다.

관련법이 구금에 대한 보상금 한도를 일급 최저임금액의 5배로 규정하고 있는데 법원은 법에서 정한 일급 최고액을 책정했다.

재판부는 "4.3 사건의 역사적 의의와 형사보상법의 취지 등을 고려해 대부분 청구한 금액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고 밝혔다.

이날 제주4.3도민연대는 "오늘 제주지방법원은 보상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 재심재판을 함께한 18분의 할머니.할아버지들과 더불어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오늘의 4.3형사보상 결정에 이르기까지 6년의 세월 동안 고령과 고문후유증으로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고생하신 열여덟 분의 4.3수형생존 할머니.할아버지들 수고하셨다"면서 "22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청구인들과 함께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전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4.3생존수형인에 대한 제주지방법원의 형사보상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오늘 억울한 옥살이를 한 열여덟 분께 국가가 잘못과 책임을 인정했다"면서 "지난 1월 17일 법원의 공소 기각 판결, 2월 1일 범죄 기록 삭제와 함께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또한 "잘못했으면 사과해야 한다. 피해를 줬으면 책임져야 한다. 국가도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4․3희생자의 명예회복, 진상규명과 함께 국가의 책임을 묻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곧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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