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얼굴 가린채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제주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女)이 12일 검찰로 넘겨졌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12일 오전 10시 살인 및 사체유기.훼손.은닉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유정은 이날 오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빠져나와 호송차를 타기 전 취재진 앞에 섰다.

고유정은 신상공개 결정 다음날인 지난 6일 고개를 숙이고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렸던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고유정은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라탔다.

이날 고유정의 얼굴을 보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를 찾은 유족들은 고유정의 모습이 나타나자 고함을 치고, 고유정이 호송차를 타고 빠져 나가자 서장실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현장을 찾은 피해자의 동생은 "오늘 얼굴 본 사람 있나? 이럴 거면 신상공개를 왜 했는가?"라면서 "남녀문제를 떠나서 머리 긴 사람은 신상공개 해도 얼굴 봇보여주나? 저희 유가족은 가장 뼈아프다. 하나를 이뤘다고 생각하는데 당장 CCTV 얼굴말고는 본 사람이 없다. 너무 억울하다"며 하소연했다.

유족은 "두 가지가 남았다. 첫번째는 형님 시신 수습이다. 머리카락 하나 못찾았다. 발견됐다고는 하는데 추정이다. 저희 형님 머리카락인지 확실치 않다"면서 "아직도 상에 영정사진 올려놓고 물만 올려놓고 기다리고 있다. 오늘 얼굴공개도 안된 것보고 화가 났다. 저희는 잃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살인자는 형만 죽인 것이 아니다. 저희 가족도 그날 다 죽었다. 저는 형님 시신이 바다에 유기됐다고 말하기 전까지 매일 사건 현장이랑 그 부근, 매일 땅 파면서 살았다. 손톱에 흙이 떨어질 날이 없었다"며 "그런데 바다와 김포에 유기했다고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형님의 명예를 지키는 것과 저 여자의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마지막 요구하는 것은 사형이다. 집행 안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저희는 두려운 것이 돈 많은 집안이니 좋은 변호사 써서 몇 십년 살다가 가석방 될까봐. 그럼 저희 상처는 누가 치유해주나?"고 성토했다.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오후 8시에서 오후 9시 16분 사이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피해자 강모(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 서장은 "고유정이 사전에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구입하고, 현장 천장과 벽면에 집중적으로 혈흔이 비산(飛散)됐다"며 "피해자는 수면제를 복용한 몽롱한 상태 또는 반수면 상태에서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공격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정은 또 지난달 27일 오전 11시 30분께 약 이틀 동안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뒤 다음날 완도행 여객선에서 7분에 걸쳐 시신 일부를 바다에 유기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경기 김포의 아버지 소유 아파트에서 남은 시신을 2차 훼손한 뒤, 31일 종량제봉투에 담아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유기했다.

경찰은 고유정이 "전 남편인 피해자가 성폭행을 하려고 하자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범행 전 미리 '성폭력 미수 및 폭력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의 문구를 작성해 자신의 휴대전화에 임시 저장하고 있었다"며 "경찰 조사에서도 자신이 주장한 성폭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계획범죄 여부에 대해 고유정이 범행 보름 전부터 범행과 관련된 '니코틴 치사량', '살인도구' 등을 인터넷에서 여러차례 검색했고, 주거지 인근 병원.약국에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매하는 등 범행도구를 마트와 온라인을 통해 구매했다.

경찰은 "고유정이 차량을 주거지에서 제주도까지 가져와 피해자의 시신을 싣고 되돌아 간 점, 범행 현장을 청소한 사실,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하기 어렵도록 훼손 후 여러 장소에 유기한 점 등을 볼 때 사전에 계획된 범행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찰은 "고유정이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1차.2차 시신 훼손 당시 사용한 범행도구 등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고유정이 범행을 실행하는데 사용된 것, 운반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것, 시신을 훼손하는데 사용된 것 등 압수한 증거물만 총 89점에 달한다.

경찰은 공범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상 외부인 출입 사실이 없고, 범행시간대 피의자의 휴대전화 사용내역, 여객선 내에서 혼자 시신 일부를 유기하는 장면이 포착된 점 등으로 볼 때 공범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유정을 조사한 프로파일러들은 전 남편인 피해자와 아들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재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등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 때문에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고유정이 조사과정에서 "전 남편과 자녀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유정이 정신과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기록이 없고, 조사과정에서도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이상 범행 과정에서도 면밀히 계획.실행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고유정의 정신질환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