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응답하지 않는 원희룡…의혹 해소 언제쯤

제주 지역사회는 풀리지 않은 실타래 같은 갈등들이 쌓여가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해야 할 원도정은 입을 좀처럼 열지 않은 채 묵묵부답이다.

최근 KBS제주에서는 제주의 현안에 대해 제주도지사와 대담을 통해 도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들을 대신 물어보는 코너를 마련했으나 돌연 취소됐다.

KBS제주에 따르면 지난 7일 출연 예정이었던 원지사는 질문이 정파적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출연을 거부했다. 질문의 내용들은 제주 현안들을 담았다고 한다. 질문의 내용이 제주도정의 정책방향과 달랐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면 원 도정에게는 불편한 질문들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과 관련 재검토를 요구하며 반대측 사람들의 연좌농성, 단식농성은 40여일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과 관련 재검토를 요구하며 반대측 사람들의 연좌농성, 단식농성은 40여일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도청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도청 현관 상부 캐노피에 올라 제주도지사에게 국토교통부의 제2공항 기본계획수립 용역 중단을 요구하고 평화로운 집회를 보장해 달라고 5시간 이상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들은 전부 무단 침임 및 퇴거불응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이 뿐 아니라 도청 앞 천막 행정 대집행으로 인해 이들의 평화로운 집회는 무참히 공권력에 짓밟혀 산산조각이 났다.

이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제2공항 반대를 외치는 행위들에 대해 제주도가 강경대응을 한다는 것은 지역의 여론을 도정에 반영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제주섬의 환경수용력을 감안할 때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원 지사는 지난 달 31일 도청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 제2공항 입지타당성 재조사 용역 및 기본계획 착수와 관련해 설 연휴 이후 공개토론회를 곧바로 열어 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고, 제주도 차원의 제2공항에 대한 입장표명은 설명회가 이뤄진 후 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주도정의 입장표명에 도민들의 눈과 귀가 모아지고 있으나, 어떤 것도 진행이 되지 않은 채 침묵만 흐르고 있다.

일방적인 검토위원회 종료, 재검증 용역 마무리에 대한 공식적 발표 없이 기본계획을 서둘러 시작한 것 모두 절차적으로 분명 문제가 있는 것들이다.

재검증 용역을 실시했다면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하고, 검토위원회 활동이 종료됐다면 왜 종료됐는지 검토위원회에서 나온 결론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런데 도정은 침묵하며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착수된 사실을 언론에 살짝 흘려보내며 성산읍 주변 발전계획을 본격화 하고 있다.

제주도는 6억원을 들여 이달 중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을 공고, 추진하고 있다. 이 용역에 맞춰 제주도 차원의 성산읍 주변 발전 계획도 본격화 되고 있고, 이를 위한 실무협의체도 꾸려질 계획이다.

이 같은 행위들은 제주도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더는 침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국토부의 등 뒤에 숨어 노미장두(露尾藏頭·꼬리만 드러낸 채 머리만 숨긴다) 하지 말고 도민들 앞으로 나와서 도민들이 우려하고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서 투명하게 밝히고 설명해야 한다.

문서현 기자.

앞서 KBS제주 앵커브리핑에서 언론인 헬렌 토머스의 말을 인용해 “언론인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라며 "기자가 묻지 않으면 도지사는 왕이 된다고 했다.도지사란 자리를 존경하지만 도민의 심부름꾼을 숭배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제주섬은 제주도정의 전유물이 아니다. 도민들이 제주섬의 주인이다. 도정이 아닌 도민들이 판단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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