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찬·반 엇갈려…노약자·장애인 등 이동권 불편 지속
고희범 시장 최근 거듭 추진의사 밝혀…상인 갈등 봉합 관건

제주시 중앙사거리

10년이 넘게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제주시 중앙사거리 횡단보도 설치와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고희범 제주시장은 '칠성로 상점가 상인들과의 간담회' 및 '제주중앙로상점가 복합청년몰 조성 사업 보고회' 등에서 중앙사거리 횡단보도 추진을 거듭 시사했다.

중앙사거리 횡단보도는 중앙지하도상가가 준공된 1983년을 기해 사라졌다. 지하보도의 건설취지 중 교통소통 목적에 따른 것이다.

사거리 인근 동문로, 탑동방향, 관덕로, 중앙로 등 4곳에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지만 거리가 80~180m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 등은 먼 거리를 돌아서 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어왔다.

2007년 중앙사거리 횡단보도 설치 개선 도면.

이에 2007년 6월 중앙로사거리에 횡단보도 설치를 골자로 하는 '중앙사거리 교통시설 심의(안)'이 교통시설심의회에서 가결됐다.

그러나 지하상가 상인회가 당초 지하보도가 교통소통 목적으로 설치됐다며 이를 반대해 설치가 무산, 칠성로 상인회와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더욱이 2006년 중앙지하상가 개·보수 공사로 설치됐던 임시횡단보도 역시 공사가 마무리되며 철거됐으며, 이 과정에서 이도1동 주민 1000여명이 '중앙지하도 상가 남측 건널목 되찾기'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간담회 등을 통해 고희범 시장은 "지하도가 미로처럼 구성돼 들어가면 길을 헤메기 일쑤"라며 "상인들의 이익을 위해 시민들의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추진의사를 밝혔다.

현재 교통행정과와 건설과 등에 신호등과 교통섬 설치 가능 여부, 횡단보도 설치 시 사람들 통행량 등이 이득인지 손해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횡단보도 설치로 인한 지하상가 상인회 등과의 갈등봉합이다.

그간 교통시설심의위 결과가 나왔음에도 10년이 넘게 계속 찬·반이 엇갈렸음을 감안할 때 자칫 서로 상처만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찬반의 목소리는 강하게 엇갈리고 있다.

중앙로에서 평생을 살고 있다는 이광실(남·64)씨는 “무조건 횡단보도가 설치돼야 한다. 지하상가 안에 들어가면 길을 찾기가 힘들어 몇 번씩 오르내려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험하지만 무단횡단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횡단보도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중앙로에서 54년 동안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 또한 “원래 이곳에는 횡단보도가 있었다가 사라졌다. 제주도는 고령화사회로 이미 진입했고 이 곳 또한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다. 매번 긴 거리를 돌아서 가야 한다”며 횡단보도 설치에 목소리를 힘을 실었다.

25년간 이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전모씨는 “시민들을 목숨을 담보로 하는 상권보장은 있을 수 없다. 이곳에서 정말 많은 교통사고 일어나고 있다. 경찰도 실적이 필요할 때 이곳을 찾아온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 무단횡단이 많아 위험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횡단보도 설치를 두고 지하상가 상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상가를 운영하는 한 상인는 "도민의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 설치도 필요하지만, 일단 상생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가 아닌가 싶다"며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이동약자들의 보행권을 지키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하상가 상인회 관계자는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아무래도 지하로 내려오는 사람들은 줄어들 것이다. 지속적으로 경기가 어려워져 소상공인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지하상가 하면 쇼핑의 메카이고 사람들이 오고 가며 역동성이 있는 곳인데 횡단보도 설치로 유동인구가 줄어들면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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