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향토자원에 담긴 이야기Ⅲ>미래 블루오션 말하다⑫
향신료, 방부제, 약재, 방향제…물파스, 호랑이연고 원료
색·결 좋아 가구재 인기…왕후귀족의 관재(棺材)로 사용

흔히들 제주를 이야기함에 있어 첫 번째에 '청정제주'를 꼽는다. 웰빙열풍에 맞춰 제주의 향토 자원 역시 미래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천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자원인 만큼 이미 체계적인 연구 및 활용이 이뤄지는 것도, 아직 효용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있다. 흔히들 다른 지역·외국의 자원 중에서도 제주의 환경에 적응해 향토자원화 된 사례도 많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제주 생물자원의 산업화를 위한 스토리텔링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자원들에 대한 기획연재에 들어간다.<편집자주>

녹나무.

[스토리]

옛날, 중국 북산(北山)이라는 지방에 법운사(法雲寺)라는 큰 절이 있었다. 절에는 스님이 수백 명이나 되었고, 신도들도 매우 많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불공을 드리러 오는 사람들이 마치 개미가 집을 옮기는 듯 많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절 안에 큰 뱀이 한 마리 기어 들어와 몇 사람을 물어 죽였다. 절에 있던 스님들이 모두 뱀을 피해 도망가고 신도들도 찾아오지 않게 되자 절은 오래지 않아 폐허로 변했다.

큰 뱀 한 마리로 인해 사람이 들끓던 절이 졸지에 아무도 얼씬하지 않는 흉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몇 년이 지난 이른 봄, 이런 사정을 모르는 한 떠돌이 거지가 그 절에서 묵게 되었다. 밤이 되자 추워져서 땔감을 찾아보았으나 마땅한 것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거지는 절간 마당에 흩어져 있는, 스님들이 신다가 버린 나막신을 주워 모아 불을 지폈다. 나막신들은 모두 녹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불 힘이 세고 타면서 진한 향기가 났다. 거지는 불 곁에서 따뜻하게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거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바로 옆에 거대한 뱀 한 마리가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자세히 보니 뱀은 배를 하늘로 향한 채 죽어 있었다.

법운사에 있는 큰 뱀이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죽은 뱀을 보기 위해 몰려 왔다. 사람들은 큰 뱀이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궁금했다. 그중에 생각이 깊은 한 사람이 말했다. “이 뱀은 녹나무가 타는 향기에 질식되어 죽은 것이 틀림없어. 겨울잠을 자고 나온 뱀이 따뜻한 불 옆에 몸을 녹이러 왔다가 질식된 것이지. 녹나무 향기가 뱀을 죽이는 효능이 있는 게야.”녹나무 향기가 뱀을 죽인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은 이른 봄이 되면 집집마다 마당에 녹나무를 태워 나쁜 벌레와 병마를 쫓는 풍습이 생겨났고 이 풍습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녹나무를 태우면 뱀, 개구리, 지네, 모기, 파리같은 해로운 벌레들이 죽거나 가까이 오지 않는다.

녹나무는 한국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나무다. ‘장목(樟木)’ 또는 ‘예장나무’라고도 부르며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상록활엽수이다. 나무 전체에서 솔향기를 닮은 향기가 나며 껍질은 회갈색이며 세로로 갈라진다. 어린가지는 연한 갈색이며 매끄럽고 반질반질하게 윤이 난다. 잎은 달걀꼴로 가죽질이며 어긋난다. 잎의 윗면은 연한 녹색이고 뒷면은 회록색이며 어린잎은 담홍색이다.

4-6월에 연한 녹색의 꽃이 피어서 가을에 지름 1센티미터쯤 되는 까맣고 둥근 열매가 달린다. 키 40미터, 밑동 둘레가 4미터 넘게까지 자라므로 매우 덩치가 크게 자라는 나무 중의 하나이다. 수명도 길어서 나이가 천 살이 넘은 것도 드물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에만 자라지만 이웃 일본이나 중국에는 매우 흔해 토오쿄오 시내에서도 녹나무 가로수를 흔하게 볼 수 있고 중국의 남방지방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녹나무와 비슷한 생달나무를 대신 약으로 쓸 수도 있는데 생달나무는 우리나라 남해안 지방에 흔하게 자란다.

녹나무.

[소재정보]

녹나무의 학명은 Cinnamomum camphora이며 쌍떡잎식물 목련목 녹나무과의 상록활엽으로 장뇌목(樟腦木)이라고도 한다. 녹나무는 camphor tree, camphorwood 또는 camphor laurel로도 불리우며 큰 키와 잎이 반질반질한 것이 특징이다.

IUCN 평가기준의 약관심종(LC)에 포함되는 수목으로 높이 약 20m, 지름 약 2m 까지 자란다. 수피는 암갈색을 띄며, 5~6월에 새가지 끝에서 원뿔모양으로 황백색의 양성화가 모여달리고 암수한그루로 열매는 지름 8mm의 핵과로 작고 둥글며 10~11월에 흑자색으로 익는다. 열매를 달고 있는 자루의 끝이 종 모양으로 부풀어 있으며 수피는 세로로 거칠게 갈라지고 1년생 가지는 황녹색으로 껍질눈이 있다.

녹나무는 따뜻한 기후를 좋아해서 제주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남부지방, 일본, 대만 등에서 자생하는데 마주나기로 난 잎은 난형으로 물결모양으로 주름이 지고 3출맥이며 잎을 자르면 유칼립투스처럼 강한 향기를 발산한다. 녹나무는 Camphor, Linalool, Cineole, Nerolidol, Safrole, Borneol 등의 향기를 발산하는 휘발성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녹나무의 대표적인 성분은 Camphor(장뇌)이다. 녹나무를 증류한 오일은 각종 약재나 향료로 사용되었고 고형화한 하얀색 덩어리를 장뇌라 하여 예로부터 장뇌는 향신료, 방부제, 약재, 방향제 등으로 사용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모기에 물리면 바르는 물파스의 주요 성분 중 하나가 camphor이고 우리에게 친숙한 호랑이 연고에도 Camphor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녹나무는 제주도를 상징하는 도목(道木)으로 서귀포시 도순리에는 녹나무 자생지 군락이 있으며, 생물학적 연구가치와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문화적 가치 등으로 인해 1964년 1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지정구역은 32필지 38만3896㎡고 보호구역은 지정구역 경계에 있는 33필지 2만6778㎡이다. 그러나 최근 안타깝게도 문화재청은 2018년 10월 30일자로 천연기념물 제162호 '제주 도순리 녹나무 자생지'의 문화재 보호구역 해제를 예고했다.

녹나무는 색과 결이 고와서 건축 조각재, 완구, 내장재, 가구재로 사용되고 있으며 사찰의 목어(木魚)를 만드는데도 이용된다. 또한, 녹나무 장뇌에는 강한 방향(芳香)성분이 있어 벌레가 먹지 않고 썩지 않으며 보존성이 높아 예로부터 왕후귀족의 관재(棺材)로 많이 사용되었다.

근래에는 관상수와 음식제조용 고급도마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녹나무 묘목은 11월에 익은 종자를 채취, 정선해 노천매장한 후 이듬해에 파종하면 되는데 발아율이 약 80% 정도 되므로 쉽게 재배가 가능하다.

녹나무 추출물이 함유된 아쿠아그린텍의 녹낭비누.

[활용현황]

제주기업인 ㈜아쿠아그린텍의 에끌로바 브랜드와 도외기업인 엔프라니 홀리카홀라카 브랜드, 컬러핑크 알앤디의 루트리 브랜드 및 토니모리 제품에 제주산 녹나무 추출물 및 오일 원료가 적용되고 있다.

녹나무 추출물이 함유된 (주)유앤아이제주의 '시카 케어 젤 크림'.
녹나무추출물이 함유된 아쿠아그린텍의 에끌로바 릴렉싱크림.

[연구현황]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 10-06239720000 (2006.09.07)] 녹나무 추출물을 함유하는 염증성 질환의 예방 및 치료용조성물

[한남대학교 산학협력단 10-14853170000 (2015.01.16)] 녹나무 추출물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암 예방 또는 개선용 식품 조성물 및 약학 조성물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자연과 미래, 전라남도 10-17627620000 (2017.07.24)] 녹나무 또는 회화나무의 추출물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병해충방제가 동시에 가능한 조성물 제조방법 및 그 방법으로 제조된 조성물

[전라남도 10-09187260000 (2009.09.16)] 녹나무천연염료의 제조방법 및 이를 이용한 염색방법

[전라남도 10-16808540000 (2016.11.23)] 녹나무 및 사상자 추출물을 포함하는 고추역병 방제용 조성물

[전라남도 10-16882090000 (2016.12.14)] 녹나무 추출물을 포함하는 살비제

녹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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