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향토자원에 담긴 이야기Ⅲ>미래 블루오션 말하다④
세계자연보전연맹 멸종위기종 지정…국제적 보전가치 입증
'크리스마스 트리'의 조상…국내 최대 자생지 제주서 복원 활발

흔히들 제주를 이야기함에 있어 첫 번째에 '청정제주'를 꼽는다. 웰빙열풍에 맞춰 제주의 향토 자원 역시 미래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천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자원인 만큼 이미 체계적인 연구 및 활용이 이뤄지는 것도, 아직 효용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있다. 흔히들 다른 지역·외국의 자원 중에서도 제주의 환경에 적응해 향토자원화 된 사례도 많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제주 생물자원의 산업화를 위한 스토리텔링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자원들에 대한 기획연재에 들어간다.<편집자주>

구상나무. / 사진=강봉수(제주도민일보 독자).

[스토리]

구상나무의 이름을 유추하는 세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열매에서 바늘 모양의 돌기가 갈고리처럼 꼬부라진 모양을 닮았다 해서 갈고리 구(鉤)자를 써서 구상나무라는 이름이 됐다는 설과 ‘열매가 하늘을 보는 나무’라는 뜻으로 열매를 뜻하는 한자 구(毬)와 위를 뜻하는 한자 상(上)을 더해 만든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구상나무의 최대 자생지인 제주도 말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푸른 제주 앞바다에 사는 보라색 성게를 닮은 열매와 잎을 가진 나무를 보며 그 보라색 성게의 이름 ‘쿠상(또는 쿠살)’에서 ‘쿠상낭’ 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낭은 나무를 뜻하는 제주말이다. 그것이 변해 현재 구상나무가 됐다는 설이다. 무엇이 가장 유력한지는 학자들마다 다른데 이는 구상나무의 존재 자체가 워낙 알려지지 않았고 기록이나 문헌에도 나와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옛 이름에 대한 근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논란의 여지 속에서도 구상나무는 한자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 오롯이 한글 ‘구상’이다.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세계에서 가장 광활한 면적을 자랑하는 제주의 보물 가운데 하나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구상나무는 피라미드형태로 곧게 펴진 늘 푸른 모습, 죽어서도 기묘한 형상 등을 간직해 ‘살아서 100년, 죽어서 100년’이라는 별명이 있다.

그런데 수년전부터 구상나무가 시름시름 앓더니 말라죽기 시작했다. 성판악탐방로, 관음사탐방로 정상부근에서는 고사한 구상나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06년 738.3㏊였던 숲 면적은 2015년 626.0㏊로 15.2% 감소했다. 10년 동안 구상나무 숲 112.3㏊가 사라진 것이다.

태풍에 따른 뿌리 흔들림, 가뭄, 겨울철 폭설 등 복합적인 기상이변으로 구상나무가 말라죽은 것으로 분석됐지만, 아직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한라산 특산자원인 구상나무를 되살리기 위해 복원활동이 펼쳐졌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연구의 하나로 자체 증식한 어린 구상나무 1000그루를 영실탐방로 선작지왓에 심었다.

선작지왓은 해발 1600~1700m 일대 고산평원으로 백록담 화구벽이 정면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선작지왓은 ‘돌들이 널려있는 들판’이라는 제주방언으로 털진달래, 산철쭉 등이 장관을 이루는 명승 제91호이다.

시험 식재 이후 생존율과 생육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뒤 구상나무 종 복원 매뉴얼 자료로 활용한다. 식재 장소는 구상나무가 쇠퇴한 뒤 제주조릿대가 번성한 곳으로 어린 구상나무와 제주조릿대의 경쟁관계도 연구대상이다.

이번 식재에 부식 가능한 친환경 특수용기를 사용하는 등 구상나무 묘목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변화를 최소화했다. 구상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구상나무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할 만큼 세계적인 보전가치를 지녔다. 이전 영실탐방로에 시험 식재한 구상나무는 현재 90%이상 생존율을 보였고, 이번 시험식재도 성공을 거두면 구상나무 숲 복원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상나무. / 사진=강봉수(제주도민일보 독자).

[소재정보]

구상나무의 학명은 ‘Abies koreana E.H. Wilson’으로 미국인 Wilson이 한국에서 발견한 침엽수란 뜻이다. 학명에서 보듯이 구상나무는 잣나무, 개나리 등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 나무이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수로 한라산에서 해발 1,200미터부터 드물게 분포하기 시작하여 1,300미터부터 숲을 형성하며 자라는데, 한라산 외에도 지리산과 덕유산, 무등산에도 분포한다.

구상나무의 바늘잎은 짧고 끝이 살짝 갈라져 오목하게 패고, 뒷면에 숨구멍줄 2개가 있으며 암수한그루이다. 4∼6월에 1cm 길이의 타원형인 5~10개의 황갈색 수꽃이 피고, 암꽃은 수꽃보다 조금 더 길며 짙은 자줏빛을 띤다. 9∼10월에 원통 모양의 녹갈색 또는 자갈색 솔방울 열매가 하늘을 향해 곧게 서며, 잎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색깔이 푸르고 아름다워서 겨울에 인기가 더욱 높다.

구상나무는 Wilson에 의해 미국과 유럽에 알려지면서 정원수와 크리스마스 트리와 같은 경제성 높은 상품으로 개량되어 세계적으로 퍼져나갔으며 지금까지 모두 5개 품종과 9개 재배품종이 알려져 있다.

분비나무와 전나무와 같이 같은 전나무속(屬)으로 형태가 매우 비슷하며 특히 구상나무와 분비나무는 전문가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다. 구상나무를 처음 발견한 프랑스 포리 신부와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역시 구상나무가 분비나무와 같은 나무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구상나무는 기후 변화에 민감해 한반도 기후변화 척도를 알 수 있는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한반도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어서 201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제주도의 조사결과 한라산 구상나무숲 면적은 2006년 738㏊에서 2015년 626㏊로 15%(112㏊) 줄어든 상태로 제주도는 2026년까지 10년 동안 국비 45억9000만원을 투입해 구상나무의 고사 원인 연구와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현재 해외에서 사용되는 구상나무는 개량종이지만 기준 표본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구상나무와 관련된 각종 재산권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기준 표본을 가진 나라가 해당 동식물을 상품화하면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상나무 추출물이 함유된 스포메틱스의 자외선차단제 제품들.

[활용현황]

㈜라비오뜨, ㈜카버코리아, ㈜스포메틱스는 구상나무 추출물을 제품의 원료로 사용해 자외선차단제를 출시했다.

강원도 기업인 햇살마을에서도 구상나무 추출물을 주 원료하는 비누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다.

이스니프리와 아모레퍼시픽에서는 구상나무 향(香)이 접목된 제품들이 출시됐다.

(유)햇살마을에서 생산한 구상나무 추출물을 주 원료하는 비누 제품. / 사진=햇살마을.
(유)햇살마을에서 생산한 구상나무 추출물을 활용한 스킨 및 샴푸 제품. / 사진=햇살마을.

[연구현황]

[(주)셀트리온, 서울향료주식회사 10-18431670000 (2018.03.22)]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지의 공간향을 재현한 향료 조성물

[(주)아모레퍼시픽 10-2014-0164552 (2014.11.24)] 제주도 구상나무의 향취를 재현한 향료 조성물

[(주)아모레퍼시픽 10-2013-0140558 (2013.11.19)] 구상나무 추출물을 포함하는 비만 예방 또는 개선용 조성물

[(주)아모레퍼시픽 10-2013-0140556 (2013.11.19)] 구상나무 추출물을 포함하는 피부 상태 개선용 조성물

[(주)아모레퍼시픽 10-2013-0140559 (2013.11.19)] 구상나무 추출물을 포함하는 스트레스 완화 및 심리적 안정 증진용 향료 조성물

[(주)아모레퍼시픽 10-2013-0140557 (2013.11.19)] 구상나무 추출물을 포함하는 스트레스 완화 및 심리적 안정 증진용 향료 조성물

[(주)아모레퍼시픽 10-2013-0140561 (2013.11.19)] 구상나무 추출물을 포함하는 체취 억제용 조성물

구상나무. / 사진=강봉수(제주도민일보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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