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쪽 “도시재생 예산낭비”vs전문가 “주민 재정착 힘들 것”
“행정 일방통행 추진”에 제주시, “공청회·설명회 열어”정면반박

(가칭)일도2동 신사머루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박병록)가 13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신산머루 도시재생 사업을 반대하고 재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주시 일도이동 신산머루 도시재생 사업을 놓고 재개발 쪽과 찬반 갈등이 빚어진다.

재개발은 말 그대로 현재 존재하는 모든 것을 없애고 고층 건물을 짓는 방식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 이익이 발생되는 만큼 땅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재개발을 요구한다.

반면 도시재생은 현재 거주하는 주민들의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둔다. 개발에 따른 이익보다 현재 원형을 보전하고 거주환경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신산머루 재개발을 요구하는 쪽은 주거환경 개선(건물을 짓는 방식)을 가장 큰 이유로 내건다. 또한 지난해 12월 14일 예산 83억원을 들여 신산머루가 도시재생사업 선도 지역으로 지정됐는데 도시재생주민협의체로 주민이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재개발을 요구한다.

골목길 확대, 주차문제 등 지역여건 기초조사나 주민의견을 수렴한 사실도 없이 일방통행으로 지역을 지정해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사업을 추진해 주민과 갈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시 쪽 설명은 전혀 다르다. 도시재생이라는 것이 주민의견 수렴이 가장 우선인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일도이동 대표성 있는 주민들과 주민협의체를 구성해서 기초적인 내용은 서로 의논하면서 기본 자료를 만들었다”며 “그 다음에 공청회도 했고, 주민설명회도 했다. 지금 현재도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개발을 찬성하는 쪽은 또 일도이동 신산머루 지역이 그 동안 제주에서 유일하게 도시계획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지역으로 각종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개발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한 재개발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미 대도시는 한정된 토지에 평면확산을 방지하고 밀도를 높여 20년 전부터 주택재개발이 이뤄져 왔고,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며 “사업성이 우수한 지역은 이미 정비 사업이 완료돼 입주해 거주하고 있다. 신산머루는 대부분 노년층이 거주하고 있어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현 상태 그대로 존치한다면 과연 다음세대에 이 곳에 어떤 계층이 오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제주시 일도이동 신산머루 지역은 대지규모가 상당히 적은 게 특징이다. 대지규모가 50평 미만이 55%수준이다. 소규모 주택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과연 재개발사업을 추진했을 때 땅 50평 미만을 가진 사람들이 다시 정착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일부는 재개발을 통해 이익을 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한다. 아무래도 도시재생은 형태를 그대로 두는 반면, 재개발은 건물을 허물고 지어 올리기 때문이다.

제주시에 따르면 사업설명회나 공청회 등을 하면 참석자 명단에 주소도 함께 적는데 일부 주민들은 주소를 적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거주자가 아닌 땅만 소유하고 다른 지역에서 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가칭)일도2동 신사머루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박병록)은 13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산머루 도시재생을 반대하고 재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추진위원회 총무라고 소개한 조기순 씨는 “원래 살고 있는 곳은 구남로 7길(이도아파트)이다. 신산머루에 집을 소유하고 있다. 5인 가족인데 집 두채를 소유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제하며 “신산머루에 신산공원이 있어서 좋아했지만 무서워서 못살겠다. 하지만 재개발이 이뤄지면 거기서 살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 2013년 11월 열린 건축물고도관리기본계획(안)도민설명회에 참석해 “(건축물 최고 고도가) 신제주는 45미터, 구제주는 30미터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아라 아이파크는 해발 160미터에도 40미터 높이로 지었는데 이도주공은 해발 95미터로 15층(45미터) 아파트를 못짓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키도 했다.

추진위원회 쪽은 “토지소유자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한번 발도 떼지 못하고 도지새생으로 이대로 무참히 짓밟힌다면 제주의 먼 미래는 희망이 없는 낙후된 원도시로 그냥 남을 것이다. 전면 철거방식만이 신산머루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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