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효진·이현지·김혜미 ‘트리오보롬’, 제주 아름다움 선율로 연주해
세계적 풍부한 경험·아이들 가르치다 제주 알리기 위해 ‘의기투합’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출신 여성 세명으로 구성된 '트리오보롬'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문효진, 첼리스트 이현지 씨<사진 왼쪽부터>가 10일 제주시 아라동 성안교회에서 연습을 하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케케묵은 속담을 깨고 제주 여성 세 명이 ‘보롬’(바람)을 일으키며 음악으로 제주를 알리는데 ‘의기투합’했다. 뼛속까지 제주를 사랑하는 이들은 ‘트리오보롬’이라는 팀까지 만들어 제주가 갖는 아름다움과 해녀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목표로 힘찬 날개 짓을 시작했다. 문효진, 이현지, 김혜미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바람 많은 섬, 제주를 노래하는 제주 여인 세 명이 음악을 계기로 만나 ‘트리오보롬’을 꾸렸다. ‘바롬’은 바람을 뜻하는 제주말이다. ‘wind’와 ‘wish’란 뜻이 더해져 바람 부는 대로 어디든 음악으로 흘러가겠다는 뜻을 담았다는 게 문효진 단장 설명이다.

‘트리오 보롬’은 제주 음악을 알리기 위해 세계 무대를 목표로 구성됐다. 이들은 “제주 음악으로 제주를 알리는 뮤즈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도 갖고 있다. 문 단장은 “제주에도 많은 음악가와 연주자들이 있지만 기악곡에서는 창작곡을 찾아보기가 힘든데 더 많은 창작곡으로 음반활동과 세계 무대에 서겠다”고 웃음지었다. 문 단장은 피아니스트겸 작곡가로도 활동한다.

문효진, 이현지, 김혜미 씨는 모두 유학파 출신이다. 문효진 씨는 호주 멜버른에서 첼리스트 이현지 씨는 서울예고를 거쳐 독일 하노버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미 씨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 단장은 “보통 대학은 한국에서 공부하고 대학원을 유학하는데 비해 저희 세 명은 고등학교 이상 오랜 기간을 다른 나라에서 홀로 공부하고 돌아와 같은 음악의 길이지만 다른 악기와 다른 나라에서 배운 감성들을 나눌 수 있어 참으로 풍요롭다”며 “영어, 러시아어, 독일어로 준비된 세 여자가 어느 나라를 가도 연주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출신 여성 세명으로 구성된 '트리오보롬'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문효진, 첼리스트 김혜미 씨<사진 왼쪽부터>가 10일 제주시 아라동 성안교회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서로 전혀 다른 곳에서 오로지 ‘음악’, 고향 제주만 생각했던 이들이 제주로 오게 된 건 어쩌면 ‘신의 계시’였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넓은 제주도 땅에 대정읍 인근에서 3년 전 같은 시기에 내려와 활동하게 된 것은 우연치고는 너무도 기가 막혔다.

이들은 서로 다른 생활영역에서 제주를 위해 음악을 이용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찰나, 6일부터 20일까지 하얼빈에서 열리는 ‘제34회 하얼빈여름음악축제’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의지와 목표가 있으니 일은 ‘일사천리’로 척척 이뤄졌다. 7월 중순부터 소위 ‘일을 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8월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문 단장은 “하얼빈 공연은 갑작스럽게 준비하게 된 공연이라 결정하는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며 “그럼에도 일제치하 우리니라와 관련이 깊은 하얼빈에서 제주의 음악 그리고 세계 처음으로 연주하는 ‘아리랑 비바체(문효진 작곡)’를 연주할 수 있게 돼 무척이나 영광”이라며 “독립운동가 안중근 선생이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지 109년이 지난 이번 여름에 아리랑을 연주한다면 연주하는 우리나 그 곳에 계신 한국분들, 그리고 함께하는 세계인 모두가 나라를 잃었다가 되 찾은 기쁨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웃음 지었다.

‘트리오보롬’은 한국을 알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연주회를 통해 제주 해녀, 제주가 갖는 무한한 예술적 에너지, 제주4.3, 춤추는 갈대, 오름 등을 연주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치를 담은 음악이 바로 ‘이어도사나 콘체르토’라는 게 문 단장 설명이다. ‘이어도사나 콘체르토’는 2017년 제주와 부산에서 문효진 씨 연주로 처음 연주됐고 이번 하얼빈에서는 트리오 버전으로 다시 탄생된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출신 여성 세명으로 구성된 '트리오보롬' 단장 문효진 씨가 10일 제주시 아라동 성안교회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문 단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4부로 구성돼 있다. 3부에서 아르헨티나 작곡가 피아졸라의 사계를 연주한다. 그냥 사계가 아닌 탱고의 대부 피하졸라의 고향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라며 “피하졸라는 고향의 음악, 항구 근처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탱고 선율을 재구성해 세계적인 뉴 탱고 음악으로 만들었다. 우리 제주에는 무한한 예술적 에너지가 있다. 물속까지 들어가야 했던 해녀의 강인한 정신력, 4.3의 뜨거운 눈물, 인내, 숨 쉬는 돌, 춤추는 갈대와 오름들의 춤, 더 이상 신화창조에만 매달리지 않는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예술컨텐츠가 필요하고 기록하고 공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제주의 음악을 만들어 나누는 것”이라며 “1부에 선보일 ‘이어도사나 콘체르토’는 제주여자 해녀의 삶을 담아 3악장으로, ‘1악장 물빛물질, 2악장 심연 숨비소리, 3악장 보일 듯 이어도’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세계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는 ‘뼛속까지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과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문 단장은 “이번 중국 무대를 시작으로 모인 ‘트리오보롬’은 공연을 계기로 연간 2회 세계국제 페스티벌에 참가할 계획”이라며 “이는 창작곡인 제주와 한국 음악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세계무대를 경험한 실력 있는 연주자들 구성과 제주를 뼛속까지 사랑하고 그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넘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얼빈을 시작으로 세계 초연되는 ‘아리랑 비바체’와 함께 세계 여러나라를 거쳐 한라에서 백두까지 갈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출신 여성 세명으로 구성된 '트리오보롬'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문효진, 첼리스트 김혜미 씨<사진 왼쪽부터>가 10일 제주시 아라동 성안교회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 다음은 일문일답

앞으로 계획이 더 기대됩니다.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을 텐데요. 계획, 포부가 있나요.

-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처럼 트리오 보롬의 ‘제주 사계’, ‘애월 환상곡’, ‘제주바람 판타지’, ‘한라 두모악’, ‘그 섬 제주’ 등 제주 아름다움을 담은 곡들을 만들어 세계에 알리는 ‘트리오 보롬’이 되겠습니다. 페스티벌에 참가할 나라의 작곡가와의 교류와 악보교류, 음원과 영상자료로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문화적 위상이 올라가도록 지역 예술가의 삶을 살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 예술가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아름다운 힘을 주는 사람입니다. 평범한 풍경도 음악을 들으며 보면 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음악에 힘이 있고 그 힘을 누리는 것은 바로 제주도민입니다. 아무리 재단에서 정부에서 좋은 홀을 짓고 좋은 기획안을 주어도 받아줘야 할 사람은 예술인이기 이전에 시민입니다.

예술을 놀이로, 유희로 누려보지 못했던 우리 1, 2세대 부모님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문화도시계획이 필요합니다. 시민을 위한 문화혜택이 공짜 볼거리로 전환되는 이 시점에 예술가들의 끝도 없는 보이지 않는 싸움에 박수로 참여로 격려로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출신 여성 세명으로 구성된 '트리오보롬' 단장 문효진 씨가 10일 제주시 아라동 성안교회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출신 여성 세명으로 구성된 '트리오보롬' 단원 김혜미 씨가 10일 제주시 아라동 성안교회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출신 여성 세명으로 구성된 '트리오보롬' 단원 이현지 씨가 10일 제주시 아라동 성안교회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출신 여성 세명으로 구성된 '트리오보롬' 단장 문효진 씨가 10일 제주시 아라동 성안교회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출신 여성 세명으로 구성된 '트리오보롬' 단원 이현지 씨가 10일 제주시 아라동 성안교회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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