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년 도 전역 시행 무산 속 실효성 의문
공론화 없이 일방통행식 추진…현실적 여건은 '뒷전'
공공주차장 확보 등 행정의지 부족…피해는 '도민 몫'

언제부터인가 제주도의 정책추진에 있어 도민들은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다.

차고지증명제만 봐도 그렇다.

차량증가 억제를 통한 주차문제 해결 등을 위한 차고지증명제가 현실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민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제주시 19개 동지역을 대상으로 대형차에 적용된 차고지증명제는 지난해부터 중형차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도 전역으로, 차종 역시 경차와 전기차를 포함한 모든 차종으로 확대될 예정이었다. 도의회의 제동이 없었다면 말이다.

도내에서 운행되는 차량은 대략 37만대로 추정되는 상황. 출퇴근 시간 극심한 러시아워 등의 병목현상과 교통체증, 주택가 이면도로 불법 주정차 등 말 그대로 제주는 '車의 전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차고지증명제의 필요성에는 도민 대다수가 공감한다. 그러나 현실적 여건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강행에는 문제가 있다.

우선 차고지증명제는 차량 증가를 억제하는데 선제적 효과가 있다. 60년전에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한 일본이 가시적 성과를 거둔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미 차량이 늘어난 경우 기대효과를 거두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서울 역시 2번이나 도입했지만 결국 접은 사례가 있다.

또한 차고지증명제 안착을 위해서는 자기차고지를 갖기 힘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공영주차장 확대 등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차고지증명제 위반에 따른 처벌 규정 신설, 관련 예산 반영 등 역시 선행과제다.

하지만 도정은 이런 노력도 없이 모든 책임을 신규 차량을 구입하는 도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물론 자기차고지 갖기사업 지원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887주택·1469면에 14억6578만원이 지원됐다,

문제는 1980년대 도시계획 이전에 형성된 원도심의 경우 1㎞ 이내에 차고지를 확보할 부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2017년 1월 1일 이전 등록의 중고차량을 구입하거나, 차고지증명대상이 아닌 읍면지역의 주소로 차량을 구입한 뒤 동지역에서 끌고 다니는 편법마저 늘고 있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예외 조항 등도 없이 일괄 적용 부분 역시 문제의 소지가 많다.

차고지증명제 확대에 앞서 이뤄졌던 수차례의 공청회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도는 묵묵부답이었다.

도의회 제동으로 아직 전면시행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고스란히 도민에게로 갈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라도 공영주차장 확보 등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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