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입국 뒤 도민불안 급증…반대 여론 득시글
“인도주의 대처” 의견충돌도…정부 대책마련 부산

[제주도민일보DB] 갑작스레 몰아닥친 예멘난민 문제로 제주도 여론이 찬반 논쟁으로 들끓고 있다.

예멘 난민 문제가 제주도 최대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급작스레 몰려든 난민에 관계당국이 허둥대는 사이 악성 루머가 인터넷판을 흔들고 있다.

이들을 수용하는 문제로 도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도주의적 대처를 강조하는 사이에 댓글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무사증제도를 이용해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인은 총 561명이다. 지난해 12월 제주~쿠알라룸푸르 직항 노선이 취항(주 4편)한 이후 이 노선을 이용해 입국한 것으로 법무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549명이 난민신청을 했다. 남성이 504명이고 여성이 45명이다. 17세 미만자는 26명이며, 18세 이상 성인이 523명이다.

제주도민은 이 점에 불안해하고 있다. 성인 남성이 대부분이고,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작용하면서다. 특히, 이들이 일정한 수입 없이 지내면서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는 등 모습을 보이면서 ‘밤길이 무섭다’는 반응들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들과 관련해 부정적인 내용의 게시글들이 주요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에 올라오는 기사에도 수많은 댓글이 달리며 게시판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갑작스레 몰아닥친 예멘난민 문제로 제주도 여론이 찬반 논쟁으로 들끓고 있다. 사진은 관련기사에 달린 부정적인 댓글. 미디어다음 화면 갈무리.

<제주도민일보> 기사(아래 관련기사 참조)에도 격한 성토들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난민반대 시위도 한다는데... 참석하고픈 1인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주위 사람이건 학교 엄마들이건 다 반대인데 대체 어디서 조사를 한건지?? 그리고 찬성하시는 분들 그 사람들이 먹여살리고 재우세요!!! 어이가 없네 진짜’ 등 반대 의견이 대부분이다.

‘제주도도 이젠 갔다... 다 이주민들만 드글드글 하겠네... 10년 후엔...ㅋㅋ. 베트남 자녀들...ㅎㅎㅎ 또 수염 달린 애들까지 생긴다고라...참...몬 정치가 이따우...‘라며 혐오성 댓글도 달리고 있다.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슬람 난민들의 강력범죄 기사를 인용하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22일 속개한 제주도의회 제360회 임시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장에서도 ‘이들이 돈이 많아 난민인지 의심스럽다’는 식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실제로 도내 여행사에는 제주방문을 취소하는 사례까지 실제 나타나고 있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제주출입국·외국인청과 경찰, 제주도 등은 외국인 집단 거주지에 대한 순찰 강화, 취업설명회 등 계기에 범죄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여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난민들을 돕는 손길도 이어지고 있기는 하다.

예멘 난민들에게 부족한 생필품을 모으고 이를 전달하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도내 거주하는 외국인들 또한 이들의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해 네트워크를 형성, 생필품과 생활지원금 등을 모으며 소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는 심사를 통해 난민신청일로부터 최장 6개월까지 생계비 지원과 기본적인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도내에서 인력이 필요한 농축수산업 및 요식업 등 현장에는 취업을 허가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부터는 예멘인의 제주 무사증 입국허가를 중지하면서 더 이상의 난민 유입은 막아서 사태 확대는 해결해 놓은 상태다.

앞으로 법무부는 난민신청한 예멘인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정확한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치안활동을 강화해 도민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취업한 경우에는 사업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사후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언어와 문화 차이로 취업 및 생활현장에서 고용주 등과 마찰을 일으키거나 취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와 관계자 대상 교육도 지속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민일보DB] 갑작스레 몰아닥친 예멘난민 문제로 제주도 여론이 찬반 논쟁으로 들끓고 있다. 사진은 대한적십자사(회장 박경서)가 지난 18일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예멘 난민 신청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료진료 현장.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예멘 난민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무슬림이긴 하지만 이슬람이 하나의 종교로서 통합체 역할을 할 뿐 지역이나 민족, 종파, 국가에 따라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는 현실을 무시한 채 부정적 기사에 의존해 뭉뚱그려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예멘이 한국처럼 남북으로 분단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영향 아래 있었고, 통일 후 내전으로 인해 성인 남성들이 징집을 피하기 위해 난민의 길에 접어든 점 등을 들며 예멘난민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테러 활동이 빈번한 지역과는 다른 사정을 알리고 있다.

김성인 제주예멘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주도에 입도한 예멘 난민에 대한 불안감은 난민이어서라기보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을 만나면 긴장되고 갈등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같은 갈등을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만남과 경험이 필요하고 시간이 지나야한다. 이런 과정이 지나면서 다문화가 정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갑작스레 닥친 난민 문제로 도민여론이 들끓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상호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마련 등이 시급하다는 해석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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