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NS 등 통해 일부 당원 해당행위 파문 확산
선거 당일 元연락사무소 모여 환호한 김우남 최측근들
"아군에 총구 겨눈 행위" 중앙당 진상조사 촉구 움직임

흔히 ‘팀킬(team-kill)’이라고 한다.

슈팅게임에서 적군 대신 아군(또는 우군)을 죽였을 때 쓰는 표현으로 정치판에서는 한 정치인의 발언 또는 행위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때도 해당 표현을 자주 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과 관련해 언론에서 자주 썼던 헤드라인 제목이기도 하다.

최근 SNS에서는 이번 제주지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팀킬’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져가며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이번 민주당 제주지사 선거는 경선과정부터 잡음이 많았다.

유리의 성, 송악산 투기, 재산누락 신고 의혹 등 김우남-문대림 간 네거티브 난타전이 벌어지더니, 경선에 직면하자 당원명부 유출로 갈등이 극에 달하며 급기야 경선 불복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 때문에 경선 이후 기대됐던 컨벤션 효과(경선 직후 지지율 상승 효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팀 역시 선거 막판에야 김우남 전 의원이 지지연설에 나서며 극적으로 이뤄지는 듯 했다.

그러나 결과는 10% 이상의 차이로 무소속 원희룡 후보에게 참패했다. 이 과정에서 김우남 측 민주당원을 포함한 최측근들이 원희룡 후보를 조직적으로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선거당일이던 6월13일 저녁 시간대 원희룡 후보의 제주시 을 선거연락소. 대도로변이 아닌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선거연락소임을 확인할 수 있는 현수막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현장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른바 A 전 도의원이 제기한 "이번 선거는 음모와 배신의 끝판왕! 부정한 원희룡의 외인 부대가 존재했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때는 선거 당일인 13일 저녁으로 향한다. 당시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는 수상한 선거연락소가 있다는 말을 듣고 도남동 해모로리치힐 공사장 옆 건물로 향했다.

일부 언론사 및 경찰, 문대림 측 캠프사람들이 현장에 있었다.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있던 상황이었다. 선관위측에서 원희룡 제주시 을 선거연락소로 등록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해프닝으로 끝나는가 싶었지만 문제는 안에 있었던 사람들의 면면.

현장에 있었던 A 전 도의원에 따르면 출구조사 이후 원희룡 후보가 현장에 도착했으며 “여러분이야말로 이번 선거의 공로자”라고 치하를 하자 모인 사람들은 원희룡을 환호했다고 한다.

나온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전직 시의원, 민주당 제주도당 전 관계자들, 전 김우남 의원 보좌관 등 민주당 사람. 아니 김우남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대거 포진돼 있었다고 한다.

이에 A 전 도의원이 “적폐청산의 가치를 들고 나아가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민주당 핵심들이 어떻게 적폐의 잔재세력인 원희룡 선거운동을 할 수 있냐”고 따져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후보를 잘못 뽑아서 원희룡을 밀었다” 하는 냉소뿐이었다고 한다.

경선 직후 문대림과 함께 갈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우남 전 의원이 답한 “어디를 말이냐. 지옥에 같이 가자는 것이냐”는 답변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었다.

이에 SNS상에는 해당 글이 퍼져나가며 중앙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조치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위성곤 도당위원장은 SNS를 통해 “해당행위를 저지른 분들에 대해 조사를 통해 응분의 조치를 할 것”이라면서도 “김우남 전 의원과 다수의 당원은 문대림 후보 제주시 을 연락사무소에서 문대림 후보를 도왔다”며 선을 그었다.

김우남 전 의원은 “수차례 문대림 후보를 위해 유세를 했다.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선택은 본인들의 문제”라고 연관성을 일축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현장에 있던 전직 시의원은 현재 탈당계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주당 권리당원은 “현재 중앙당 차원의 공식적인 진상조사 및 해당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할 예정”이라며 "관련해 필요하다면 수사도 촉구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선거가 끝났지만 이로 인해 파생된 갈등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봉합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그야말로 씁씁한 단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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