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세탁소 꼼꼼, 품질 측면 우수성’…‘다함께 잘살자’ 경영철학
[인터뷰] 옷 빠는 오빠들 현승근(28), 정건(28), 이기종(28) 대표

옷빠(옷 빠는 오빠들)의 이기종 대표(왼쪽)와 정건 대표(오른쪽). 사진=옷빠 제공.

최근 1인 가구와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워킹맘’도 늘어나는 추세인 가운데, 바쁜 직장생활과 가사일을 모두 병행하는 가정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세탁 서비스가 제주에 등장했다.

젊은 청년 3인이 창업한 ‘옷빠’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세탁물 수거와 배달 날짜와 아침 9시부터 밤 12시 사이의 시간을 지정해 신청하면 전문 서비스 인력이 직접 방문해 세탁물 수거부터 배달, 결제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제주시 전지역 세탁물을 책임진다는 옷 빠는 오빠들을 지난 27일 만나봤다.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옷빠’의 공동 대표 이사 현승근(28), 정건(28), 이기종(28) 씨는 매일 반복되는 직장생활에 두려움이 느껴졌다고 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지난 27일 옷빠(옷 빠는 오빠들)의 이기종(28), 정건(28) 대표가 <제주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건 대표는 “쳇바퀴를 도는 듯한 일상 속에서 일요일 오후만되면 우울해지더라고요.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언제까지나 ‘월요병’에 시달리며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날 친구들과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저희같은 직장인들이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됐죠”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어 정 대표는 “출근할 때 정장을 입는데 집에서 직접 세탁 하기가 힘들어서 항상 세탁소에 맡겼어요. 하지만 동네 세탁소는 대부분 저녁 7~8시면 문을 닫았고 야근이라도 하게되는 날에는 맡길 수도 없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게됐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들은 상상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직장을 다니며 1년간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다. 어플리케이션의 이름부터 시작해 홍보 마케팅 부분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기획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세 명의 청년이 전공했던 분야가 IT, 호텔 서비스, 홍보 마케팅으로 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지난 27일 옷빠(옷 빠는 오빠들)의 이기종(28), 정건(28) 대표가 <제주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획을 하고나니 실전이었다. 의류를 수거하면 세탁과 수선을 해줄 거래처가 필요했다. 아주 획기적인 아이템이라 모든 세탁소에서 반겨줄줄만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했다.

이기종 대표는 “직접 부딪치는게 저희 스타일이었어요. 그냥 무작정 세탁소에가서 저희 사업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거래를 하자고 제안을 했죠. 대부분이 사기꾼 취급을 했고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장사를 방해 한다며 소금을 뿌리시기까지 하더라고요”라며 지난날의 고충에 대해 털어놨다.

이어 이 대표는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제주도내에 약 400곳의 세탁소가 있는데 90여 곳의 세탁소를 직접 찾아가 설명을 드린 끝에 6곳의 거래처를 확보했어요. 그런 끝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지 3개월 만에 회원수 800명을 돌파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세탁소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라며 웃었다.

이들이 사업을 하며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회원들을 만족시켜 줄 서비스와 친절이다. 세탁업 특성상 자주 일어나는 물품 분실, 훼손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물품 수거 시 사진을 촬영하고 소비자들이 세탁물 상태에 대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세탁에 불만족할 시에는 재세탁 서비스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지난 27일 옷빠(옷 빠는 오빠들)의 이기종(28), 정건(28) 대표가 <제주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세탁 방법에 대해 의심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희가 하는 일이 단순히 옷을 수거하고 배달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업을 준비하며 의류 형태에 따른 세탁 방법에 대해서도 꼼꼼히 공부했고 손님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하나하나 모두 설명해드리고 있어요. 아, 어떤 회원분은 바지 기장을 수선할 건데 길이를 좀 잡아 달라고 하셔서 제가 직접 핀봉까지 손목에 끼고 길이를 잡아드렸더니 갑자기 다른 바지들까지 가지고 오시기도했다”며 자신이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직접 방문서비스를 제공하면 기존 세탁소와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기존 세탁소와 동일한 금액으로 받고 2만원 이하일 경우에만 배송비 3000원이 발생합니다. 사업 초기 프로모션으로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금액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회원수가 많아지고 자금이 좀 늘면 거래처를 따로 두지 않고 소규모 세탁공장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이익을 더 많이 남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손사래를 쳤다.

“실제로 타지역에는 일반 세탁소에 비해 50%도 안되는 가격을 받고 세탁을 해주는 프렌차이즈 세탁소가 있어요. 하지만 그 때문에 소상공인들이 많이 죽는 추세죠. 저희는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런 공장규모로 돌리는 세탁소에 비하면 동네 세탁소는 아주 섬세하고 꼼꼼합니다. 품질 측면에서 아주 우수하죠. ’다함께 잘 살자’가 저희의 경영철학 입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지난 27일 옷빠(옷 빠는 오빠들)의 이기종(28), 정건(28) 대표가 <제주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직장을 나와 더 바빠지고, 쉴 틈 없는 요즘이 아주 행복하다고 했다. “남의 일이 아니고 제 일이다 보니까 조그마한 것에도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부분에 더 신경을 많이 쓰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다보면 뿌듯함이나 성취감도 훨씬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끝으로 앞으로 바라는 점에 대해서는 “저희와 즐겁게 일할 직원이 구해졌으면 좋겠어요. 단순 배달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직원이 잘 안 구해지더라고요. 직원을 많이 채용해서 제주도 전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창업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제도적 지원 구조가 좀 바뀌었으면 해요. 제주도라는 특성 때문에 청년 창업 지원 분야가 주로 관광업, 헬스케어, 제조업 쪽에 많이 편중돼 있더라고요. 다 함께 잘 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끊임없는 고민과 시행착오, 명확한 목표와 꿈,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똘똘뭉친 옷빠 3인방.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이들의 가장 큰 행복이다. 항상 웃음기 가득한 모습으로 회원들의 집 문을 두드릴 그들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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